당나귀 왕자
그림 동화
옛날 어느 나라에, 아이가 없어서 늘 슬퍼하는 왕과 왕비가 있었단다. 두 사람은 매일매일 "우리에게도 예쁜 아기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기도했지.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왕비님이 아기를 가졌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어! 온 나라가 잔치를 벌일 준비를 했지.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왕비님이 낳은 아기는 사람이 아니라, 귀가 쫑긋한 아기 당나귀였어! 왕과 왕비는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아기 당나귀를 아주 많이 사랑했단다. "이 아이도 우리 소중한 아들이야." 하며 '나귀 왕자'라고 이름도 지어주었지.
나귀 왕자는 무럭무럭 자랐어.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맛있는 풀도 냠냠 잘 먹었지. 그런데 나귀 왕자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하나 있었어. 바로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는 거였지! 특히 '류트'라는 악기 소리를 들으면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대. 그래서 왕은 훌륭한 음악 선생님을 모셔와 나귀 왕자에게 류트 연주를 가르치게 했어. 나귀 왕자는 발굽으로 류트를 어찌나 멋지게 연주하는지, 궁궐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단다.
어느 날, 나귀 왕자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어. "나는 왜 다른 왕자들과 다를까?" 슬픈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결심했어.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며 나 자신을 찾아보겠어!" 왕과 왕비는 슬펐지만, 나귀 왕자의 결정을 응원해 주었어.
나귀 왕자는 류트를 등에 메고 씩씩하게 길을 떠났지. 한참을 걸어 도착한 다른 나라의 성문 앞에서, 문지기가 물었어. "웬 당나귀가 여긴 어쩐 일로 왔느냐?" 나귀 왕자는 말했지. "저는 음악을 연주하는 나귀랍니다. 임금님께 제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문지기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왕에게 알렸고, 왕은 신기해서 나귀 왕자를 궁궐로 들였어.
나귀 왕자는 왕과 귀족들 앞에서 류트를 연주했어. 그 연주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모두 넋을 잃고 들었단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지. "정말 훌륭하구나! 네가 원한다면 우리 궁궐에서 함께 지내자." 나귀 왕자는 그곳에서 지내게 되었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왕의 옆자리에 앉기도 했지. 하지만 나귀 왕자는 가끔씩 슬픈 표정을 지었어. 특히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볼 때면 더욱 그랬지.
왕이 물었어. "나귀야, 왜 그리 슬퍼 보이느냐? 혹시 고향이 그리운 것이냐?" 나귀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어. "네, 임금님. 부모님이 계신 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왕은 아쉬웠지만, 나귀 왕자를 위해 멋진 선물들을 잔뜩 주며 보내주었어.
나귀 왕자가 고향 궁궐에 돌아오자, 왕과 왕비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지. 그날 밤, 나귀 왕자는 자기 방에서 조용히 당나귀 가죽을 벗었어. 그러자 이게 웬일이야! 당나귀 가죽 속에서 아주 멋지고 잘생긴 왕자님이 나타난 거야! 사실 나귀 왕자는 마법에 걸렸던 거란다. 하지만 착한 마음과 멋진 재능 덕분에 마법이 풀린 거지.
다음 날 아침, 진짜 왕자님의 모습을 본 왕과 왕비는 너무나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 온 나라에 다시 한번 큰 잔치가 열렸고, 나귀 왕자, 아니 이제 진짜 왕자님은 이웃 나라의 아름다운 공주님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다. 그리고 가끔씩 류트를 연주하며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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