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쇠 난로

    그림 동화
    어느 날, 예쁜 공주님이 커다란 숲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요. "어떡하지? 길을 모르겠어!" 공주님은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한참을 헤매다 보니, 커다란 쇠난로 하나가 숲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거예요.

    공주님이 쇠난로를 똑똑 두드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공주님, 제가 궁궐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드릴게요. 대신, 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해 주셔야 해요."
    공주님은 너무 무서워서 얼른 대답했어요. "네, 네! 약속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쇠난로는 신기하게도 공주님을 안전하게 궁궐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어요. 공주님은 너무 기뻐서 쇠난로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렸죠.

    며칠 뒤, 궁궐 문을 누군가 쿵쿵 두드렸어요. 문을 열어보니, 바로 그 쇠난로였어요! 임금님은 깜짝 놀랐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공주님을 쇠난로에게 보내기로 했어요. 공주님은 울며 겨자 먹기로 쇠난로와 함께 궁궐을 나섰답니다.

    쇠난로와 함께 길을 가던 공주님은 쇠난로 안이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작은 칼로 쇠난로를 살짝 긁어 구멍을 내려 했죠. 그러자 쇠난로 안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공주님, 제발 멈춰요! 저를 긁으면 저는 아주 멀리,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말 거예요!" 공주님은 깜짝 놀라 칼을 내려놓았어요.

    얼마 후, 그들은 아주 커다란 성에 도착했어요. 쇠난로가 말했어요. "공주님, 이 성에서는 그 누구와도 말을 하면 안 돼요. 꼭 약속해 주세요." 공주님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성 안에는 친절해 보이는 할머니들이 말을 걸어왔지만, 공주님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공주님이 약속을 지키자, 갑자기 쇠난로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더니, 그 안에서 아주 멋진 왕자님이 나타났어요! "고마워요, 공주님! 공주님 덕분에 마법에서 풀려났어요!" 왕자님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왕자님은 원래 이웃 나라의 왕자였는데, 나쁜 마법에 걸려 쇠난로 안에 갇혔던 거예요. 왕자님은 공주님에게 청혼했고, 공주님도 기쁘게 받아들였어요. 왕자님은 먼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결혼 준비를 해야 했어요. "공주님, 제가 이 숲 속에 작은 오두막을 지어드릴 테니, 거기서 저를 기다려주세요. 금방 다시 돌아올게요." 공주님은 오두막에서 왕자님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왕자님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공주님은 너무 슬펐지만, 용기를 내어 왕자님을 찾아 길을 나섰어요. 길을 가다가 반짝이는 호두 세 개를 주웠는데, 그건 마법의 호두였답니다.
    첫 번째로 해님을 만났어요. "해님, 혹시 제 왕자님 못 보셨어요?" 해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저런, 못 봤는데. 대신 이 호두를 까서 나오는 걸 가져가렴." 공주님이 호두를 까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드레스가 나왔어요!
    두 번째로 달님을 만났어요. "달님, 제 왕자님 어디 계신지 아세요?" 달님도 모른다고 하며 두 번째 호두를 까보라고 했어요. 호두를 까니,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보석 목걸이가 나왔어요.
    세 번째로 바람을 만났어요. "바람아, 혹시 내 사랑하는 왕자님 소식 아니?" 바람이 속삭였어요. "왕자님은 지금 다른 공주와 결혼하려고 한단다! 어서 가보렴!" 바람은 마지막 호두를 까서 나오는 걸 신고 달려가라고 했어요. 호두를 까니, 황금으로 만든 예쁜 구두 한 켤레가 나왔어요.

    공주님은 황금 구두를 신고 바람처럼 달려 왕자님의 성에 도착했어요. 성 안에서는 정말로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죠. 공주님은 첫 번째 호두에서 나온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가짜 신부에게 갔어요. "이 드레스를 드릴 테니, 오늘 밤 왕자님 방에서 하룻밤만 지내게 해주세요." 가짜 신부는 드레스가 너무 탐나서 허락했어요. 하지만 왕자님에게 몰래 잠자는 약을 먹여서, 공주님은 밤새 슬피 울기만 했답니다.
    다음 날, 공주님은 보석 목걸이를 보여주며 또 부탁했어요. 가짜 신부는 이번에도 왕자님에게 잠자는 약을 먹였죠.
    셋째 날, 공주님은 황금 구두를 보여주며 간절히 부탁했어요. 그날 밤, 왕자님은 왠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하인이 가져온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어요. 밤늦게 공주님의 슬픈 노랫소리를 들은 왕자님은 벌떡 일어났어요. "이 목소리는... 내 사랑하는 공주님!" 왕자님은 드디어 모든 것을 기억해냈어요.

    왕자님은 당장 가짜 신부를 내쫓고, 자신을 구해준 진짜 공주님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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