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으른 실 잣는 아가씨

    그림 동화
    옛날 어느 작은 마을에, 실 잣는 일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으른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소녀의 엄마는 매일같이 잔소리를 했죠. "얘야, 언제까지 이렇게 빈둥거릴 거니? 어서 실을 잣지 못해!" 하지만 소녀는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에이, 엄마. 실 잣는 건 너무 지루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왕비님이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왕비님은 엄마의 큰 목소리를 듣고 물었어요. "무슨 일로 그리 시끄러운가요?"
    엄마는 깜짝 놀랐지만, 얼른 꾀를 내어 말했어요. "아이고, 왕비님! 제 딸이 실 잣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말릴 수가 없답니다. 온종일 실만 잣는데, 저희 집이 가난해서 실을 살 돈이 없어서 걱정이에요."
    왕비님은 눈이 동그래졌어요. "정말이오? 그렇게 부지런한 아가씨라니! 그렇다면 내 성으로 데려가겠소. 성에는 아마가 가득한 방이 세 개나 있소. 그 실을 다 잣는다면, 내 아들 왕자와 결혼시켜 주겠소."

    소녀는 속으로 '으악!' 비명을 질렀지만,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왕비님을 따라나섰어요.
    성에 도착하니, 정말로 방 세 개가 아마로 꽉 차 있었어요. 소녀는 눈앞이 캄캄해졌죠. "이걸 언제 다 한담..." 소녀는 첫 번째 방에 들어가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그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문을 열어보니, 이상하게 생긴 아주머니 세 명이 서 있었어요. 한 아주머니는 발이 엄청나게 컸고, 다른 아주머니는 아랫입술이 축 처져 있었고, 또 다른 아주머니는 엄지손가락이 뭉툭했어요.
    "아가씨, 왜 울고 있나요?" 첫 번째 아주머니가 물었어요.
    소녀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어요.
    아주머니들은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우리가 대신 실을 잣아줄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결혼식에 우리를 초대해주고, 우리를 사촌이라고 부르며, 우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소녀는 너무 기뻐서 얼른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네! 꼭 그렇게 할게요!"

    그러자 아주머니들은 솜씨 좋게 실을 잣기 시작했어요. 쉭쉭, 윙윙! 순식간에 첫 번째 방, 두 번째 방, 세 번째 방의 아마가 멋진 실로 변했어요.
    왕비님은 약속대로 소녀와 왕자님의 결혼식을 준비했어요. 소녀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정말 행복했죠.

    결혼식 날, 약속대로 세 아주머니가 나타났어요. 소녀는 반갑게 맞이하며 "내 사랑하는 사촌들이에요!" 라고 소개했어요.
    왕자님은 아주머니들의 모습에 조금 놀랐어요. "사촌분들, 그런데 발은 어쩌다 그렇게 커지셨나요?" 첫 번째 아주머니에게 물었죠.
    "아, 이건 실 잣는 물레를 하도 많이 밟아서 그렇답니다." 아주머니가 대답했어요.
    "그럼 입술은요?" 왕자님이 두 번째 아주머니에게 물었어요.
    "이건 실을 침으로 적시느라 이렇게 되었죠." 두 번째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그럼 엄지손가락은요?" 왕자님이 세 번째 아주머니에게 물었어요.
    "이건 실을 꼬느라 이렇게 뭉툭해졌답니다." 세 번째 아주머니가 대답했어요.

    그 말을 들은 왕자님은 깜짝 놀라 외쳤어요. "세상에! 실 잣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내 아름다운 신부가 그런 끔찍한 일을 하게 둘 순 없지! 오늘부터 당신은 절대 물레 근처에도 가지 마시오!"
    그래서 게으른 소녀는 평생 실 한 오라기 잣지 않고도 왕자님과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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