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슴도치 한스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아이가 없어 늘 마음이 허전한 농부 부부가 살았어요. 남편은 종종 탄식하며 말했죠. "아이고, 우리도 아이가 하나 있었으면! 하다못해 고슴도치라도 괜찮으니 말이야."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아기를 낳았는데, 정말로 반은 고슴도치고 반은 사람인 아이였어요! 윗몸은 뾰족뾰족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였고, 아랫몸은 포동포동한 아기였답니다. 부부는 아이에게 '고슴도치 한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한스를 보고 수군거렸고, 한스는 늘 난로 뒤에 숨어 지냈어요.

    시간이 흘러 한스는 조금 더 자랐어요. 어느 날, 아버지가 장에 가려고 하자 한스가 말했어요. "아버지, 저도 장에 따라가고 싶어요. 제게 백파이프 하나랑, 제가 타고 다닐 커다란 수탉 한 마리만 구해다 주세요." 아버지는 한스가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백파이프와 아주 큰 수탉을 구해 주었어요.

    한스는 수탉 등에 올라타 백파이프를 삑삑 불며 숲 속으로 씩씩하게 들어갔어요. 숲에서 한스는 돼지들을 돌보며 살았는데, 나무 위에 앉아 백파이프를 연주하면 그 소리가 아주 아름다웠답니다.

    어느 날, 한 나라의 임금님이 사냥을 나왔다가 숲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 임금님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나무 위에서 백파이프 소리가 들려왔죠. 임금님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수탉 위에 앉아 있는 고슴도치 한스를 발견했어요.
    "얘야, 혹시 이 숲에서 나가는 길을 아니?"
    한스가 대답했어요. "네, 임금님. 제가 길을 알려 드릴게요. 대신, 성에 돌아가셔서 처음으로 임금님을 맞이하는 것을 제게 주셔야 해요."
    임금님은 '에이, 개나 고양이가 나오겠지' 생각하고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어요. 한스는 임금님을 숲 밖으로 안전하게 안내해 주었죠.

    성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임금님을 맞이한 것은 바로 어여쁜 공주님이었어요! 임금님은 깜짝 놀라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명령했어요. "혹시 수탉을 타고 백파이프를 부는 자가 오거든, 창으로 찌르고 활을 쏘아 절대 성안으로 들이지 마라!"

    얼마 후, 또 다른 나라의 임금님이 길을 잃고 한스를 만났어요. 한스는 똑같은 조건으로 길을 알려주었고, 그 임금님도 약속을 했죠. 그런데 이 임금님이 성에 돌아가자, 역시나 사랑스러운 공주님이 제일 먼저 마중을 나왔어요. 두 번째 임금님은 정직한 사람이었어요. 그는 공주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며 말했어요. "사랑하는 딸아, 내가 이런 약속을 했으니, 그가 오면 너는 그와 결혼해야 한단다." 공주는 아버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어요.

    시간이 흘러, 고슴도치 한스는 첫 번째 임금님의 성으로 찾아갔어요. 하지만 성문 앞에서 병사들이 창과 활로 한스를 공격했어요. 한스는 화가 나서 수탉을 몰아 성벽을 훌쩍 뛰어넘어 공주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공주는 한스를 보자 무서워서 벌벌 떨었죠. 한스는 공주의 몸을 가시로 콕콕 찔러 아프게 한 뒤, "이것이 당신 아버지의 약속이오!" 하고는 떠나 버렸어요.

    그리고 한스는 두 번째 임금님의 성으로 갔어요. 그곳에서는 임금님과 공주가 한스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어요. 공주는 한스의 모습이 조금 무서웠지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었죠. 드디어 결혼식 날이 되었어요. 식이 끝나고 밤이 되자, 한스는 임금님에게 부탁했어요. "커다란 불을 피워 주십시오. 그리고 제 고슴도치 가죽을 벗겨 불 속에 던져 주십시오. 제가 가죽을 벗을 동안 아무도 방에 들어오면 안 됩니다."

    임금님은 한스의 말대로 커다란 불을 피우고 문을 단단히 잠갔어요. 한스는 뾰족뾰족한 고슴도치 가죽을 스르륵 벗었어요. 그러자 이게 웬일일까요! 새까맣던 고슴도치 가죽이 벗겨지자, 그 안에서 아주 멋진 젊은이가 나타났어요. 피부는 황금처럼 빛났고, 머리카락은 햇살 같았죠. 임금님은 몰래 문틈으로 이 광경을 보고 의사를 불러 한스의 몸에 약을 발라주게 했어요.

    다음 날 아침, 공주는 멋진 왕자님으로 변한 한스를 보고 깜짝 놀라며 기뻐했어요. 온 나라가 잔치를 벌였고, 한스의 아버지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답니다. 고슴도치 한스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고, 나중에 임금님이 돌아가시자 한스가 그 나라를 훌륭하게 다스렸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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