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그네
그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아침이었어요. 솜씨 좋은 구두장이와 마음씨 착한 재단사가 함께 세상을 구경하러 길을 나섰죠.
구두장이는 으스대며 말했어요. "이봐, 재단사 양반. 내 기술이 최고라고! 내가 만든 튼튼한 구두가 없으면 아무도 멀리 여행 못 하지. 자네 바느질 솜씨는 그저 그렇지 않나?"
재단사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글쎄요, 구두도 중요하지만 옷이 없으면 춥거나 더워서 다니기 힘들걸요? 각자 잘하는 게 있는 법이죠."
얼마 가지 않아 커다란 숲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커다란 곰 한 마리가 "크아앙!" 하고 나타났어요!
구두장이는 너무 놀라서 재단사는 돌아보지도 않고 혼자 잽싸게 높은 나무 위로 도망쳤어요. "나부터 살고 봐야지!" 하고 소리치면서요.
재단사는 나무를 잘 타지 못했어요. 그래서 얼른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숨도 쉬지 않고 죽은 척했답니다.
곰은 재단사에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더니, 귓가에 대고 뭐라고 낮은 소리로 웅얼거리고는 숲 속으로 쓱 사라졌어요.
곰이 가자 구두장이가 나무에서 슬금슬금 내려왔어요. "휴, 살았다! 그런데 곰이 자네 귀에 대고 뭐라고 하던가?"
재단사가 구두장이를 쳐다보며 말했어요. "응, 곰이 그러는데… 위험할 때 친구를 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사람하고는 다시는 같이 여행하지 말라고 하던데?"
구두장이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두 사람은 다시 길을 걸었어요. 얼마 후, 길가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어요.
구두장이가 말했어요. "저 새, 내가 돌멩이로 맞춰서 떨어뜨려 볼까?"
재단사가 깜짝 놀라며 말렸어요. "아니, 왜요? 가만히 있는 새를 왜 괴롭히려 해요. 그냥 우리 갈 길이나 가요."
하지만 구두장이는 재단사의 말을 듣지 않고 돌멩이를 던졌지만, 다행히 새는 푸드덕 날아가 버렸어요. 재단사는 한숨을 쉬었죠.
마침내 두 사람은 커다란 도시에 도착했어요.
마음씨 착하고 솜씨 좋은 재단사는 금방 멋진 옷 가게에서 일자리를 구했어요. 그는 정성껏 옷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의 옷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래서 재단사는 점점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거만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구두장이는 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어쩌다 일을 구해도 신발을 대충 만들어서 손님들이 싫어했죠. 그래서 구두장이는 점점 가난해졌어요.
어느 날, 아주 멋진 옷을 입고 길을 가던 재단사가 길 한쪽에서 배고파 보이는 초라한 구두장이를 보게 되었어요. 구두장이는 너무 변해서 재단사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재단사는 그를 금방 알아봤죠.
재단사는 옛 친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요. 구두장이에게 다가가 따뜻한 밥을 사주고, 자기 가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직하고 착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면 모든 게 잘 될 걸세." 재단사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구두장이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지만, 고맙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도 재단사는 그저 빙긋 웃어주었답니다. 착한 마음은 언제나 그렇게 너그러운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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