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치는 소녀
그림 동화
저 멀리 바다 건너편 나라에 아주 멋진 왕자님이 살았어요. 그리고 이쪽 나라에는 마음씨 착하고 예쁜 공주님이 있었죠. 공주님은 이제 그 왕자님과 결혼하러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어요.
엄마인 왕비님은 공주에게 말하는 말, 팔라다와 하녀 한 명을 함께 보냈어요. 그리고 아주 소중한 손수건도 주셨죠. 그 손수건에는 왕비님의 피 세 방울이 묻어 있었는데, 공주님을 지켜줄 마법의 손수건이었답니다.
그런데 함께 길을 떠난 하녀는 마음씨가 아주 못됐어요. 하녀는 공주님에게 "목이 마르니 물 좀 떠다 줘!" 하고 시키더니, 나중에는 "네 말은 내가 타고, 내 말은 네가 타! 옷도 바꿔 입자!" 하고 억지를 부렸어요. 심지어 "네가 진짜 공주라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해!" 라고 협박까지 했죠. 공주님은 너무 슬펐지만 어쩔 수 없이 하녀의 말대로 했어요. 그러다 그만 소중한 손수건을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아, 어쩌면 좋아요!
드디어 왕자님의 나라에 도착했어요. 못된 하녀는 자기가 공주인 척 으스댔고, 진짜 공주님은 거위 치는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가짜 공주가 된 하녀는 말하는 말 팔라다가 비밀을 말할까 봐 걱정됐어요. 그래서 왕에게 "저 말은 너무 시끄러우니 없애주세요!" 라고 부탁했죠.
진짜 공주님은 이 소식을 듣고 너무 슬퍼서, "팔라다의 머리라도 성문 위에 걸어주세요. 매일 볼 수 있게요." 라고 간신히 부탁했어요. 그래서 공주님은 매일 아침 거위들을 몰고 성문을 나설 때마다 팔라다의 머리를 보며 인사했어요. "안녕, 팔라다?" 그러면 팔라다의 머리가 대답했죠. "안녕, 공주님. 이 모든 걸 아시면 왕비님이 얼마나 슬퍼하실까요."
공주님은 황금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위 치는 소년 쿠르트가 그 머리카락을 한 올 뽑으려고 장난을 쳤죠. 공주님은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어요.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쿠르트의 모자를 휙 날려버려라!" 그러자 정말로 바람이 쌩 불어 쿠르트의 모자가 멀리 날아가 버렸어요. 쿠르트는 머리카락을 만질 수 없었죠.
쿠르트는 늙은 왕에게 달려가 이 신기한 일을 일러바쳤어요. "거위 치는 여자애가 바람을 불러요! 그리고 말머리랑 이야기도 해요!" 왕은 '흠, 이상한 일이군.' 하고 다음 날 몰래 공주님을 지켜봤어요. 정말로 공주님은 팔라다의 머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였어요.
왕은 공주님을 조용히 불렀어요. "얘야, 너에게 무슨 슬픈 일이 있니?" 공주님은 맹세 때문에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슬픔을 저기 있는 난로에게만 말할 수 있어요." 라고 대답했죠. 왕은 "알겠다" 하고는 난로 뒤에 몰래 숨었어요. 공주님은 난로에게 울면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자기가 진짜 공주라는 것, 못된 하녀가 자리를 빼앗았다는 것, 팔라다 이야기까지 전부요.
모든 것을 들은 왕은 깜짝 놀랐어요! 왕은 바로 공주님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큰 잔치를 열었어요. 잔치에서 왕은 모든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주인을 속이고 나쁜 짓을 한 하녀는 어떻게 벌을 줘야 할까?"
아무것도 모르는 가짜 공주(못된 하녀)가 신이 나서 대답했어요. "그런 나쁜 하녀는 못이 잔뜩 박힌 통에 넣어서 말 두 마리가 끌고 다니게 해야 해요!"
"네가 바로 그 벌을 받을 사람이다!" 왕이 말하자, 못된 하녀는 자기가 말한 대로 무서운 벌을 받았어요.
그리고 진짜 공주님은 멋진 왕자님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물론, 말하는 말 팔라다도 잊지 않고 늘 기억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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