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요정
그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날이었어요. 귀여운 오빠와 여동생이 집 근처 오래된 우물가에서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있었죠.
"오빠, 나한테 던져 봐!"
"자, 받아라!"
그런데 어쩌죠? 여동생이 던진 공이 그만 데구루루 굴러서 깊은 우물 속으로 퐁당 빠져 버렸어요.
"어떡해, 내 공!" 여동생이 울먹였어요.
"괜찮아, 내가 꺼내 줄게." 용감한 오빠가 우물 안을 들여다보며 팔을 쭉 뻗었어요. 하지만 발을 헛디뎌 그만 미끄덩! 오빠가 우물 속으로 빠지고 말았어요.
"오빠!" 여동생도 오빠를 구하려다 함께 풍덩!
눈을 떠보니, 오빠와 여동생은 이상한 곳에 와 있었어요. 그곳은 물의 요정이 사는 반짝이는 궁전이었죠. 초록색 머리카락에 물고기 비늘 같은 옷을 입은 물의 요정이 말했어요.
"꼬마 손님들이 왔네? 좋아, 이제부터 내 일을 좀 도와줘야겠다!"
물의 요정은 오빠에게는 엉키고 설킨 실뭉치를 주며 밤새도록 고운 실로 만들라고 했어요. 여동생에게는 밑 빠진 물통을 주며 물을 가득 채우라고 시켰죠. 아침 식사로는 딱딱한 돌멩이 같은 빵만 주었고요.
며칠 동안 아이들은 힘들게 일했어요. 오빠는 손가락이 아프도록 실을 뽑았고, 여동생은 아무리 물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물통 때문에 훌쩍였어요.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물의 요정이 예쁜 모자를 쓰고 말했어요.
"오늘은 교회에 다녀올 테니, 집 잘 보고 있어라!"
요정이 나가자마자 오빠가 여동생의 손을 잡았어요. "지금이야! 어서 도망치자!"
둘은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어요.
얼마쯤 갔을까, 뒤에서 물의 요정의 고함 소리가 들렸어요. "거기 못 서! 내 일꾼들이 어딜 도망가!"
요정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왔어요. 그때 여동생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주머니에 있던 작은 머리빗을 꺼내 뒤로 휙 던졌죠. 그러자 순식간에 머리빗이 커다란 산으로 변했어요. 뾰족뾰족한 빗살이 가득한 산이었죠!
물의 요정은 "에잇, 귀찮게!" 하면서도 낑낑대며 산을 넘었어요.
요정이 다시 가까이 쫓아오자, 이번에는 오빠가 품속에서 얼레빗을 꺼내 뒤로 휙 던졌어요. 얼레빗은 더 크고 험한 빗살 산맥이 되었어요!
물의 요정은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겨우 산맥을 넘어왔지만, 이미 많이 지쳐 보였어요.
하지만 요정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쫓아왔어요. 이제 남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았죠. 그때 여동생이 목에 걸고 있던 작은 손거울을 생각해냈어요. 마지막 희망을 담아 손거울을 뒤로 힘껏 던졌어요.
쨍그랑! 손거울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거대한 유리 산으로 변했어요. 너무나 미끄러워서 물의 요정은 아무리 애를 써도 올라갈 수가 없었답니다.
"으악, 미끄러워! 에잇, 더러워서 못 잡겠다!" 물의 요정은 결국 포기하고 궁전으로 돌아갔어요.
오빠와 여동생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엄마 아빠 품에 꼭 안겼답니다. 그 뒤로는 다시는 우물 근처에서 위험하게 놀지 않았대요. 그리고 가끔 밤이 되면, 물의 요정이 유리 산 아래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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