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그림 동화
아주 아주 먼 옛날, 예쁜 왕비님이 살았어요. 왕비님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바로 사랑스러운 아기를 갖는 것이었죠. "아, 눈처럼 하얗고 피처럼 붉은 예쁜 아기가 있었으면!" 왕비님은 매일 밤 기도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왕비님의 소원대로 눈처럼 하얀 피부에 장미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공주님이 태어났어요! 임금님과 왕비님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답니다. 공주님은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요!
하지만 행복도 잠시, 임금님이 중요한 일로 아주 멀리 길을 떠나야 했어요. 궁궐에는 왕비님과 공주님, 그리고 심술궂고 욕심 많은 요리사 할멈이 남았죠. 요리사 할멈은 아름다운 왕비님과 귀여운 공주님을 남몰래 미워했어요.
임금님이 돌아오실 날이 가까워지자, 요리사 할멈은 끔찍한 거짓말을 꾸며냈어요. 임금님이 궁궐에 도착하자마자 요리사 할멈은 울며불며 달려와 말했죠. "임금님, 큰일 났어요! 왕비님께서 아주 무서운 병에 걸려 아기 공주님을… 흑흑,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라며 왕비님이 공주님을 해치려 했다는 거짓말을 했어요.
임금님은 그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 사랑했던 왕비님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요리사 할멈이 너무나 그럴듯하게 이야기해서 그만 속아 넘어가고 말았죠. 임금님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왕비님과 공주님을 궁궐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탑에 가두라고 명령했어요.
왕비님은 아무 잘못도 없이 탑에 갇히게 되었어요. 슬픔에 잠긴 왕비님은 매일 창밖을 보며 눈물을 흘렸죠. 공주님도 엄마 곁에서 함께 눈물을 글썽였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주님의 눈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져 땅에 닿을 때마다, 그 자리에서 예쁜 분홍빛 패랭이꽃이 한 송이씩 피어나는 거예요! 얼마 지나지 않아 탑 주변은 온통 아름다운 패랭이꽃으로 가득 찼답니다. 이 꽃들은 보통 꽃이 아니었어요. 진실을 말하는 마법의 꽃이었죠.
몇 년이 흘렀어요. 어느 날, 이웃 나라의 용감한 왕자님이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어요. 한참을 걷던 왕자님은 저 멀리 우뚝 솟은 탑과 그 주변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패랭이꽃밭을 발견했죠. "와, 이렇게 예쁜 꽃들은 처음 봐!" 왕자님은 꽃밭으로 다가가 가장 예쁜 꽃 한 송이를 꺾으려 했어요.
바로 그때, 꽃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왕자님, 저는 꺾이지 않아요. 저는 진실을 말하는 꽃이랍니다. 이 탑에는 억울하게 갇힌 왕비님과 공주님이 계세요. 나쁜 요리사 할멈의 거짓말 때문에요!"
왕자님은 깜짝 놀랐지만, 꽃의 말을 믿기로 했어요. 왕자님은 곧장 임금님을 찾아가 이 신기한 이야기를 전했죠. 임금님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왕자님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함께 탑으로 향했어요.
탑 앞에 도착하자, 수많은 패랭이꽃들이 일제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했어요. "왕비님은 죄가 없어요! 공주님도 무사해요! 요리사 할멈이 거짓말쟁이!"
그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임금님은 크게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어요. 당장 왕비님과 공주님을 탑에서 모셔오게 했고, 거짓말쟁이 요리사 할멈은 멀리멀리 쫓겨났답니다.
다시 궁궐로 돌아온 왕비님과 공주님은 임금님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리고 진실을 알려준 용감한 패랭이꽃들은 그 후로도 궁궐 정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사랑받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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