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장모
그림 동화
어느 화창한 봄날, 멋쟁이 여우 한 마리가 숲 속 오솔길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어요. 그때,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 사촌 고양이를 만났죠.
여우는 으스대며 말했어요. "안녕, 사촌! 오늘 날씨 참 좋지?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아. 왜냐하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 중 하나거든! 나에게는 백 가지도 넘는 재주가 있지. 어떤 위험이 닥쳐도 문제없어!"
사촌 고양이는 눈을 깜빡이며 부드럽게 대답했어요. "와, 정말 대단하다, 여우야. 나는 재주가 딱 하나밖에 없는데."
여우는 코웃음을 쳤어요. "고작 하나라고? 그게 뭔데?"
"음,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재빨리 나무 위로 도망치는 거야." 고양이가 말했어요.
"푸하하! 그게 다야? 나무 타는 거? 에이, 그건 재주라고 할 수도 없지. 나처럼 다양한 기술이 있어야 진짜 똑똑한 거라고!" 여우는 가슴을 쫙 폈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멀리서 사냥꾼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사냥개들이 컹컹 짖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사냥꾼이다! 사냥개들이 몰려온다!"
사촌 고양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가까운 나무로 쏜살같이 올라갔어요.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죠.
하지만 여우는 어쩔 줄 몰라 허둥댔어요. '어떤 꾀를 써야 하지? 땅굴 파는 척을 할까? 아니면 죽은 척을 해볼까? 아니, 아니, 냇물로 뛰어들어 냄새를 없애는 게 좋겠어!' 백 가지가 넘는 꾀를 떠올리느라 정신이 없었죠.
여우가 이리저리 고민하며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사냥개들은 쏜살같이 달려와 여우를 에워쌌어요. 여우는 결국 그 많은 재주 중 단 하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사냥개들에게 쫓겨 헐레벌떡 도망쳐야 했답니다.
나무 위에서 고양이는 안타까운 눈으로 여우를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하나의 확실한 재주가 어설픈 백 가지 재주보다 나을 때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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