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 신부

    그림 동화
    햇살 좋은 어느 마을, 작은 오두막집에 엄마와 예쁜 딸이 살고 있었답니다. 엄마는 딸에게 맛있는 양배추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얘야, 저기 토끼가 우리 양배추를 다 먹어버리겠네! 어서 가서 쫓아내렴."

    딸은 양배추밭으로 달려가 외쳤어요. "토끼야, 토끼야, 저리 가! 우리 양배추 먹지 마!" 토끼는 폴짝폴짝 뛰어서 달아났어요.

    조금 뒤, 토끼가 다시 나타났어요. 엄마가 또 말했죠. "아이고, 저 토끼 좀 보렴! 또 왔네. 어서 쫓아내!" 딸은 다시 달려가 "토끼야, 훠이훠이!" 하고 소리쳤고, 토끼는 또 도망갔어요.

    세 번째로 토끼가 나타나자, 엄마는 딸에게 다시 한번 쫓아내라고 했어요. 딸이 양배추밭으로 가자, 토끼가 이번에는 달아나지 않고 말했어요. "예쁜 아가씨, 내 복슬복슬한 꼬리 위에 살짝 올라타서 우리 토끼굴로 같이 가지 않을래요?"

    딸은 깜짝 놀라 대답했어요. "싫어요! 안 갈래요!" 그리고는 집으로 달려와 엄마에게 이야기했어요. 엄마는 조금 아쉬운 듯 말했어요. "에구, 왜 안 갔니? 토끼 신랑도 나쁘지 않을 텐데. 다음에 또 오면 한번 따라가 보렴.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니."

    다음 날, 딸이 다시 양배추밭에 갔을 때 토끼가 또 나타나 말했어요. "아가씨, 내 꼬리에 앉아 우리 집으로 가요." 딸은 엄마 말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토끼 꼬리 위에 살짝 올라탔어요. 토끼는 깡총깡총 뛰어서 자기 굴로 데려갔어요.

    토끼굴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예뻤어요. 토끼는 딸에게 말했어요. "자, 이제 우리 결혼 잔치를 준비해야 해요. 초록 양배추랑 맛있는 기장으로 죽을 쑤어주세요." 딸은 토끼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어요. 토끼는 "나는 손님들을 초대하러 갈게요. 금방 돌아올 테니 기다려요." 하고는 밖으로 나갔어요.

    혼자 남은 딸은 갑자기 너무 슬퍼졌어요. "흑흑, 나 혼자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엄마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어."

    얼마 후, 토끼가 돌아왔어요.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어요! 다른 토끼 친구들, 주례를 봐줄 까마귀 아저씨, 사회를 볼 여우 아줌마까지 데리고 왔어요. 딸은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커다란 통 뒤에 얼른 숨었어요.

    토끼는 신부를 찾았어요. "신부님, 어디 계세요? 잔치 시작해야죠!" 토끼는 딸을 세 번이나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마침내 통 뒤에 숨어 있는 딸을 발견하고는 끌어내려고 했어요. "찾았다! 왜 여기 숨어 있어요? 자, 어서 나오세요."

    딸은 도망칠 궁리를 했어요. 손님들이 음식에 정신이 팔린 사이, 딸은 재빨리 짚으로 인형을 하나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기 옷을 입히고, 손에는 국자를 쥐여준 다음, 기장 죽을 끓이는 솥 옆에 세워두었어요. 그러고는 살금살금, 조용히 토끼굴을 빠져나와 집으로 힘껏 도망쳤답니다.

    토끼는 손님들과 신나게 놀다가 다시 짚 인형 신부에게 다가갔어요. "신부님, 이제 식을 올려야죠." 하지만 짚 인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토끼가 화가 나서 짚 인형을 툭 치자, 인형의 머리가 툭 떨어져 버렸어요!

    그제야 토끼는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뿔싸! 진짜 신부는 도망가 버렸구나!" 토끼는 너무나 실망해서 풀이 죽은 채 터덜터덜 자기 굴로 돌아갔답니다. 그리고 딸은 엄마 품에서 다시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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