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푼젤

    그림 동화
    아주 먼 옛날, 한 왕국에 예쁜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공주의 어머니인 왕비님은 병이 들어 곧 세상을 떠나게 되었죠. 왕비님은 왕에게 말했어요. "제가 죽거든, 저만큼 아름답고 저처럼 고운 금발 머리를 가진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왕은 눈물을 글썽이며 약속했어요.

    왕비님이 세상을 떠나자, 왕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나라를 샅샅이 뒤졌지만, 돌아가신 왕비님만큼 아름다운 여자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왕은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랄 생각을 했어요. "아! 내 딸 공주가 왕비와 똑같이 아름답고 금발 머리를 가졌잖아! 공주와 결혼해야겠다!"

    공주는 아버지의 끔찍한 계획을 듣고 너무나 슬펐어요. 공주는 꾀를 내어 왕에게 말했어요. "아버지, 제게 세 가지 특별한 드레스를 만들어 주시면 아버지와 결혼하겠어요. 첫 번째는 해님처럼 눈부신 황금 드레스, 두 번째는 달님처럼 은은한 은빛 드레스, 그리고 세 번째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는 별빛 드레스랍니다." 공주는 아버지가 절대 그런 드레스를 만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왕은 나라에서 가장 솜씨 좋은 장인들을 불러 모아 순식간에 세 벌의 드레스를 뚝딱 만들어냈어요! 공주는 너무 놀랐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부탁했어요. "그럼, 이 세상 모든 동물의 털가죽을 조금씩 모아 만든 외투를 만들어 주세요. 천 가지도 넘는 털이 필요할 거예요." 왕은 사냥꾼들을 풀어 온갖 동물의 털가죽을 모아 멋진 털외투까지 만들어 주었답니다.

    공주는 이제 정말 도망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깊은 밤, 공주는 세 벌의 드레스를 조그만 호두 껍질 속에 꼭꼭 숨기고, 황금 반지와 작은 황금 물레, 황금 실패도 챙겼어요. 그리고 얼굴과 손에 검댕을 까맣게 칠하고 털가죽 외투를 뒤집어썼죠. 이제 아무도 공주인 줄 몰라볼 거예요. 공주는 성을 빠져나와 어둡고 깊은 숲 속으로 달아났어요.

    숲 속 커다란 나무 구멍에서 살던 공주는 어느 날, 이웃 나라 왕의 사냥꾼들에게 발견되었어요. 사냥개들이 으르렁거리며 털뭉치 같은 공주를 에워쌌죠. 왕은 공주를 보고 물었어요. "너는 누구냐?" 공주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저는 '온갖털이'라고 해요. 갈 곳이 없답니다." 왕은 '온갖털이'를 불쌍히 여겨 성으로 데려가 부엌에서 허드렛일을 하도록 했어요. '온갖털이'는 매일 재투성이 부엌 바닥에서 잠을 잤답니다.

    얼마 후, 왕궁에서 커다란 무도회가 열렸어요. '온갖털이'는 요리사 아저씨에게 살짝 부탁했어요. "저도 잠깐만 무도회를 구경하고 와도 될까요?" 요리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어요. "흥! 너처럼 더러운 아이가 어딜 간다고!" 그러고는 '온갖털이'에게 수프 그릇을 던지며 일을 시켰어요.

    하지만 '온갖털이'는 몰래 자기 방으로 돌아가 검댕을 깨끗이 씻고, 호두 껍질에서 해님처럼 빛나는 황금 드레스를 꺼내 입었어요. 무도회장에 나타난 아름다운 공주를 보고 왕은 첫눈에 반했답니다! 왕은 공주와 신나게 춤을 추었지만, 공주는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졌어요. 돌아온 '온갖털이'는 왕이 먹을 수프에 몰래 황금 반지를 퐁당 빠뜨렸어요.

    다음 날, 또 무도회가 열렸어요. '온갖털이'는 이번에는 달님처럼 은은한 은빛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어요. 왕은 어제 그 아름다운 아가씨가 또 온 것을 보고 기뻐하며 춤을 추었죠. 하지만 공주는 또다시 사라졌고, 이번에는 왕의 수프에 작은 황금 물레를 빠뜨렸어요.

    세 번째 무도회 날, '온갖털이'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는 별빛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어요. 왕은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춤을 추는 동안 그녀의 손가락에 몰래 황금 반지를 끼워주었어요. 공주가 급히 도망치려다 보니, 털가죽 외투를 미처 다 뒤집어쓰지 못해 한쪽 팔이 살짝 드러났어요. 왕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죠. '온갖털이'는 돌아와 왕의 수프에 황금 실패를 빠뜨렸어요.

    왕은 수프에서 나온 황금 반지, 황금 물레, 황금 실패를 보고 요리사를 불렀어요. "이것들이 어찌 된 것이냐?" 요리사는 '온갖털이'가 한 짓이라고 고자질했어요. 왕은 '온갖털이'를 불렀어요. '온갖털이'가 들어오자 왕은 그녀의 손가락에서 자신이 끼워준 반지를 보았어요! 왕이 '온갖털이'의 털가죽 외투를 살짝 잡아당기자, 외투가 스르륵 벗겨지며 눈부신 별빛 드레스와 찰랑이는 황금빛 머리카락이 드러났어요. 검댕 밑에 숨겨졌던 하얀 피부도 보였죠.

    "아! 바로 당신이었군요! 나의 아름다운 신붓감이여!" 왕은 기뻐서 소리쳤어요.
    '온갖털이', 아니 이제 다시 아름다운 공주가 된 그녀는 왕과 결혼해서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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