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참새
그림 동화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한 마을에 아주 똑똑하고 충성스러운 개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개의 주인은 마음씨가 고약해서, 개에게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늘 구박만 했답니다. "저리가! 이 게으름뱅이야!" 결국 배고픔에 지친 개는 터덜터덜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길 위에서 슬픔에 잠겨 훌쩍이던 개에게 작은 참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물었어요. "멍멍아, 왜 그렇게 구슬프게 울고 있니?" 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죠. "주인님이 날 쫓아냈어. 너무 배가 고프고 힘들어." 참새는 작은 가슴을 부풀리며 말했어요. "걱정 마, 친구! 내가 맛있는 걸 구해다 줄게!"
참새는 쌩 하고 푸줏간으로 날아가더니, 주인이 잠시 한눈판 사이에 소시지 한 조각을 잽싸게 물어다 개에게 주었어요. "와, 고마워!" 개는 허겁지겁 소시지를 먹었죠. 다음 날에는 빵집으로 날아가 고소한 빵 부스러기를 한가득 물어다 주었답니다. 개는 참새 덕분에 며칠 동안 배불리 먹고 다시 기운을 차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개는 길가에서 깜빡 잠이 들었어요. 그때, 멀리서 마차 한 대가 덜컹거리며 달려오고 있었죠. 마차를 몰던 마부는 아주 성격이 급하고 거친 사람이었어요. 참새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 외쳤어요. "짹짹! 마부 아저씨, 멈춰요! 앞에 개가 자고 있어요!" 하지만 마부는 "흥, 시끄러운 참새 같으니라고!" 코웃음치며 마차를 그냥 몰고 갔어요. 결국 마차 바퀴에 치여 불쌍한 개는 그만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답니다.
참새는 눈물을 글썽이며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어요. "못된 마부! 내 소중한 친구를 이렇게 만들다니! 내가 반드시 복수하고 말 테야!"
참새는 마차를 뒤쫓아갔어요. 마차에는 커다란 포도주 통 두 개가 실려 있었죠. 참새는 뾰족한 부리로 포도주 통의 마개를 콕콕 쪼아 구멍을 냈어요. 달콤한 포도주가 줄줄 새어 나왔지만, 마부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죠. "아니, 이럴 수가! 내 포도주가 다 어디로 간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마부가 마차에서 내리자, 참새는 이번에는 마차를 끄는 말들의 눈을 콕콕 쪼아댔어요. "히이잉!" 말들은 아파서 길길이 날뛰었고, 마차는 길옆 도랑에 처박히고 말았어요. 마부는 도끼를 꺼내 말들을 때렸고, 말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어요.
빈털터리가 된 마부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참새가 열린 창문으로 쏙 들어와 방 안을 빙빙 날아다니는 거예요! "저 괘씸한 참새 녀석!" 마부는 화가 나서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졌지만, 참새는 요리조리 잘도 피했어요. 도끼를 던지자 벽난로 선반이 박살났고, 의자를 던지자 창문이 깨졌죠.
마부의 아내가 소리쳤어요. "여보, 저 녀석을 잡아요! 우리 집을 다 망가뜨리겠어요!" 참새는 깔깔대는 듯 짹짹거리며 벽난로 위로 날아올랐다가, 굴뚝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마부가 "요놈, 거기 숨었구나!" 하고 굴뚝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이었어요. 참새가 굴뚝 꼭대기에서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툭 떨어뜨렸답니다. 돌멩이는 정확히 마부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마부는 그 자리에 쿵 쓰러지고 말았어요.
이렇게 해서 참새는 죽은 친구 개의 복수를 했답니다. 하지만 복수는 또 다른 슬픔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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