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새
그림 동화
아주 먼 옛날, 한 임금님에게 아주 특별한 사과나무가 있었어요. 그 나무에서는 해마다 딱 하나의 황금 사과가 반짝반짝 열렸답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밤만 되면 그 귀한 황금 사과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거예요! 임금님은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하고 깜짝 놀랐죠.
임금님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어요.
"첫째야, 네가 오늘 밤 사과나무를 지켜보거라."
첫째 왕자는 자신만만하게 나섰지만, 꾸벅꾸벅 졸다가 그만 깊은 잠에 빠져 버렸어요. 다음 날 아침, 황금 사과는 또 사라졌죠.
"둘째야, 이번엔 네 차례다."
둘째 왕자도 밤새 눈을 부릅뜨고 있으려 했지만,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어요. 황금 사과는 어김없이 없어졌고요.
마지막으로 막내 왕자가 나섰어요. 형들은 "저런 겁쟁이가 뭘 하겠어?" 하고 비웃었지만, 막내 왕자는 달랐어요. 그는 밤새도록 두 눈을 반짝이며 사과나무를 지켰답니다. 드디어 새벽녘, 황금빛으로 빛나는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사과를 콕! 쪼아 먹으려는 순간, 왕자는 활을 쏘았어요. 새는 놀라 달아났지만, 황금 깃털 하나가 땅에 떨어졌죠.
임금님은 황금 깃털을 보고 더욱 그 새를 갖고 싶어졌어요. "누구든 저 황금새를 잡아오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첫째 왕자가 제일 먼저 길을 떠났어요. 숲 속에서 여우 한 마리를 만났죠. 여우가 말했어요. "왕자님, 제가 황금새가 있는 곳을 알려드릴게요. 대신 저기 보이는 허름한 주막 말고,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시끌벅적한 주막으로 가세요." 하지만 첫째 왕자는 "흥, 네까짓 여우 말을 내가 왜 들어?" 하고는 좋은 주막으로 가 버렸고, 결국 황금새는커녕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둘째 왕자도 똑같은 여우를 만났지만, 여우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다가 실패하고 말았죠.
드디어 막내 왕자의 차례가 되었어요. 막내 왕자도 숲에서 여우를 만났어요. 여우가 말했죠. "왕자님, 제 말을 잘 들으시면 황금새를 얻을 수 있어요. 황금새는 어느 성 안의 나무 새장에 있답니다. 절대 황금 새장에 옮겨 담으면 안 돼요!"
막내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고마워, 여우야. 네 말을 따를게."
왕자는 여우가 알려준 성에 도착했어요. 정말 황금새가 나무 새장에 있었죠. 그런데 옆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 새장이 놓여 있었어요. '아, 저렇게 예쁜 새는 황금 새장에 있어야 어울리는데….' 잠깐 고민하던 왕자는 그만 황금새를 황금 새장에 옮겨 담고 말았어요. 그러자 황금새가 "도둑이야! 도둑!" 하고 큰 소리로 우는 바람에 왕자는 성주에게 붙잡히고 말았답니다.
성주는 화를 내며 말했어요. "내 황금새를 훔치려 하다니! 네 목숨을 살려줄 테니, 대신 저 건너편 성에 있는 황금 말을 가져오너라!"
막내 왕자는 다시 여우를 찾아갔어요. 여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죠. "그러게 제 말을 들으셨어야죠. 좋아요, 황금 말을 가지러 가세요. 말에게는 가죽 안장을 씌워야 해요. 절대 황금 안장을 씌우면 안 됩니다!"
왕자는 이번에야말로 여우의 말을 꼭 듣겠다고 다짐하며 황금 말이 있는 성으로 갔어요. 멋진 황금 말이 있었고, 그 옆에는 낡은 가죽 안장과 번쩍이는 황금 안장이 있었죠. '황금 말에게는 역시 황금 안장이 어울리지….' 왕자는 또다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황금 안장을 말에게 얹었어요. 그러자 말이 "히히힝!" 하고 크게 울부짖었고, 왕자는 또 붙잡히고 말았어요.
그 성의 성주는 "내 황금 말을 훔치려 하다니! 목숨을 살고 싶으면, 저 멀리 황금 성에 사는 아름다운 공주를 데려오너라!" 하고 명령했어요.
막내 왕자는 울상이 되어 여우에게 돌아왔어요. 여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어요. "정말 못 말리는 왕자님이시군요. 공주를 데려올 때는, 공주가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하도록 시간을 주면 안 돼요. 바로 데리고 나오세요!"
왕자는 황금 성으로 가서 아름다운 공주를 만났어요. 공주는 왕자를 따라나서기로 했죠. 성문을 나서려는데 공주가 말했어요. "왕자님,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는 드리고 싶어요." 마음씨 착한 왕자는 "그러세요" 하고 허락했어요. 하지만 공주가 부모님께 인사하는 순간, 임금님과 왕비님이 깨어나 왕자는 또다시 붙잡히고 말았답니다.
임금님은 "내 딸을 데려가려 하다니! 저기 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일주일 안에 치워버린다면 딸을 주겠다!" 라고 말했어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죠.
왕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여우가 나타났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여우는 꾀를 내어 밤새도록 땅을 파고 흙을 옮겨, 정말로 산을 옮겨 버렸어요! 임금님은 약속대로 공주를 왕자에게 주었죠.
돌아오는 길에 여우가 말했어요. "자, 이제 황금 말을 얻으러 갑시다. 이번에는 꼭 가죽 안장을 쓰세요." 왕자는 여우 말대로 가죽 안장을 썼고, 무사히 황금 말을 얻었어요. 다음으로 황금새를 얻으러 갔을 때도 여우 말대로 나무 새장에 넣어 무사히 데리고 나올 수 있었죠.
모든 것을 얻고 공주님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할 때, 여우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어요. "왕자님, 저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저를 총으로 쏘고, 제 머리와 발을 잘라주세요."
왕자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어요. "그럴 순 없어! 넌 내 은인인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니!"
하지만 여우는 간절히 부탁했어요. 왕자는 눈물을 머금고 여우의 부탁을 들어주었죠. 그러자 놀랍게도 여우는 멋진 왕자님으로 변했어요! 그는 바로 공주님의 오빠였는데, 마법에 걸려 여우가 되었던 것이었죠. "고마워요, 왕자님! 덕분에 마법에서 풀려났어요!"
한편, 막내 왕자가 공주님과 황금새, 황금 말을 데리고 온다는 소식을 들은 형들은 질투심에 불탔어요. 형들은 몰래 막내 왕자를 깊은 우물에 빠뜨리고는, 공주님과 황금새, 황금 말을 데리고 아버지 임금님께 갔어요. "아버지, 저희가 해냈습니다!"
임금님은 크게 기뻐했지만, 공주님은 슬픈 얼굴로 눈물만 흘렸고, 황금새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며, 황금 말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그때, 공주님의 오빠가 된 여우 왕자의 도움으로 막내 왕자가 무사히 궁궐로 돌아왔어요. 막내 왕자가 나타나자, 황금새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진짜 영웅은 막내 왕자님! 형들은 거짓말쟁이!" 황금 말도 막내 왕자가 주는 먹이만 받아먹었고, 공주님도 그제야 환하게 웃었답니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자, 임금님은 못된 형들에게 벌을 내렸어요. 그리고 막내 왕자는 아름다운 공주님과 결혼하여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물론, 황금 사과나무의 황금 사과도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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