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이야기
안데르센 동화
햇살이 방 안으로 살금살금 기어들어오던 아침이었어요. 그 방에는 아주 오랫동안 아픈 젊은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죠. 젊은이는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하늘 조각과 맞은편 집의 회색 벽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요.
어느 날, 유난히 밝은 햇살 한 줄기가 젊은이의 침대 맡으로 스르륵 내려왔어요.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죠. "안녕? 내가 오늘 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해줄까?"
젊은이는 깜짝 놀랐지만, 심심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어요.
햇살은 신이 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어요. "있잖아, 오늘 아침에는 귀여운 아기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걸 봤어.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결국 엄마 품에 폭 안기더라니까! 정말 사랑스러웠어."
젊은이는 가만히 미소 지었어요.
"그리고 또! 커다란 호수 위에서는 하얀 백조 가족이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었어. 아기 백조들은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햇살은 마치 자기가 백조가 된 것처럼 목을 길게 빼고 흉내를 냈어요.
젊은이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웃었어요.
"바닷가에서는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고 있었어. 파도가 밀려와 성을 무너뜨리려고 할 때마다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도망쳤지. 정말 신나는 하루였을 거야!"
햇살은 매일매일 젊은이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푸른 들판을 달리는 망아지 이야기, 하늘 높이 나는 연 이야기, 꽃밭에서 꿀을 따는 꿀벌 이야기까지. 젊은이는 방 안에 누워 있었지만, 햇살 덕분에 온 세상을 여행하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 햇살은 조금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예쁜 정원에 살던 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 소녀는 오늘 하늘의 별이 되었단다. 하지만 소녀는 마지막까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며 미소 지었어."
젊은이는 햇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비록 몸은 아팠지만, 햇살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덕분에 외롭지 않았죠.
시간이 흘러, 젊은이도 아주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그의 얼굴에는 햇살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죠. 햇살이 보여준 아름다운 세상 덕분에,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했으니까요.
그리고 햇살은 다음 날 아침에도 여전히 창문으로 찾아와, 세상의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방 안 가득 채워주었답니다. 마치 잠든 젊은이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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