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커다란 향나무가 있는 예쁜 집에 한 부부가 살았어요. 아내는 오랫동안 아기를 간절히 바랐죠. 어느 추운 겨울날, 아내가 향나무 아래서 빨갛고 예쁜 사과를 깎다가 그만 손가락을 베었어요. 하얀 눈 위에 뚝뚝 떨어진 핏방울을 보며 아내는 생각했어요. "아, 눈처럼 하얗고 피처럼 붉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정말 눈처럼 하얗고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예쁜 아들을 낳았어요. 아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웠지만, 안타깝게도 아들을 낳은 엄마는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남편은 너무 슬펐지만, 아내의 마지막 소원대로 향나무 아래에 아내를 묻어주었어요.

시간이 흘러 남편은 새 아내를 맞이했어요. 새엄마에게는 마를렌이라는 딸이 있었죠. 새엄마는 자기 딸 마를렌만 예뻐하고, 남편의 아들은 눈엣가시처럼 미워했어요. "저 아이만 없으면 모든 재산이 내 딸 차지가 될 텐데!" 하고 못된 생각을 했죠.

어느 날, 새엄마는 아들에게 말했어요. "얘야, 저기 큰 궤짝 안에 맛있는 사과가 가득 있단다. 네가 좋아하는 빨간 사과를 하나 꺼내 먹으렴." 아들이 신나서 궤짝 안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를 고르려 할 때였어요. 새엄마는 있는 힘껏 궤짝 뚜껑을 "쾅!" 하고 닫아버렸어요. 아이고, 이런! 아들의 머리가 그만 몸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새엄마는 깜짝 놀랐지만, 곧 못된 꾀를 냈어요. 아들의 머리를 다시 몸 위에 살짝 올려놓고, 목에는 예쁜 스카프를 둘러주었죠. 그리고는 딸 마를렌에게 말했어요. "마를렌아, 오빠 방에 가서 사과 하나 달라고 해보렴. 만약 오빠가 대답 안 하면 귀를 살짝 때려주렴." 마를렌은 아무것도 모르고 오빠 방으로 갔어요. 오빠는 가만히 앉아 있었죠. 마를렌이 "오빠, 사과 하나만 줘." 하고 말했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시킨 대로 오빠의 귀를 살짝 쳤는데, 그만 오빠의 머리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말았어요! 마를렌은 너무 놀라 울음을 터뜨렸죠.

새엄마는 달려와서 "네가 오빠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며 마를렌을 야단쳤어요. 그리고는 아들의 몸으로 맛있는 스튜를 끓였답니다. 저녁이 되어 아빠가 돌아왔어요. 아빠는 스튜를 한 입 먹어보더니 말했어요. "어쩜 이렇게 맛있을까! 오늘따라 스튜가 정말 꿀맛이네!" 아빠는 스튜를 남김없이 다 먹었어요. 하지만 마를렌은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 울기만 했어요.

마를렌은 오빠의 작은 뼈들을 몰래 모아 예쁜 비단 손수건에 쌌어요. 그리고는 향나무 아래에 조심스럽게 묻어주었죠. 마를렌이 뼈를 다 묻자, 갑자기 향나무 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리더니, 그곳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훨훨 날아올랐어요. 그 새는 정말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엄마가 나를 죽이고,
우리 아빠는 나를 맛있게 먹었네.
우리 착한 누이 마를렌은
내 작은 뼈들을 모아
예쁜 향나무 아래 묻어주었지.
찍찍, 찍찍! 나는 정말 예쁜 새가 되었네!"

새는 마을 위를 날아다니며 노래했어요. 금을 만드는 아저씨는 새의 노래를 듣고 감탄하며 황금 목걸이를 주었고, 구두를 만드는 아저씨는 예쁜 빨간 구두 한 켤레를 주었어요. 방앗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커다란 맷돌을 선물로 주었죠.

새는 선물들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향나무 위에 앉아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죠.
아빠가 노래를 듣고 밖으로 나왔어요. "정말 아름다운 노래로구나!" 새는 아빠에게 황금 목걸이를 떨어뜨려 주었어요. 아빠는 목걸이를 받고 무척 기뻐했죠.
마를렌도 노래를 듣고 나왔어요. 새는 마를렌에게 예쁜 빨간 구두를 떨어뜨려 주었어요. 마를렌은 구두를 신고 폴짝폴짝 춤을 추며 기뻐했어요.

마지막으로 새엄마가 노래를 듣고 나왔어요. 새엄마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웠죠. 새엄마가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새는 커다란 맷돌을 새엄마 머리 위로 "쿵!" 떨어뜨렸어요. 새엄마는 그 자리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답니다.

바로 그때, 향나무 아래에서 갑자기 연기와 함께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죽었던 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어요! 아빠와 마를렌,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아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들은 함께 집으로 들어가 맛있는 저녁을 차려 먹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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