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안데르센 동화
어느 마을에 카렌이라는 아주 예쁜 소녀가 살았어요. 하지만 카렌은 너무 가난해서 신발도 없이 맨발로 다녀야 했죠.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더욱 외로웠어요. 어느 날, 카렌은 빨간 헝겊 조각들을 모아 겨우 발에 맞는 작은 신발을 만들었어요. 아주 투박했지만, 카렌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발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멋진 마차를 탄 할머니가 카렌을 보았어요. "아이야, 참 안됐구나. 나와 함께 가자." 할머니는 카렌을 따뜻한 집으로 데려가 깨끗한 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주었어요. 카렌이 아끼던 낡은 빨간 헝겊 신발은 아궁이 속으로 던져졌답니다.
카렌은 새 옷도 생기고, 예쁜 방도 생겼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빨간 신발이 아른거렸어요. 교회에 갈 시간이 되어 할머니는 카렌에게 새 신발을 사주기로 했어요. 할머니는 눈이 조금 어두워서, 구두 가게 주인이 보여주는 까만 신발 대신, 카렌이 몰래 가리킨 아주 반짝이는 빨간 가죽 구두를 사주셨어요. "교회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뭐, 괜찮겠지?" 카렌은 생각했어요.
카렌은 그 빨간 구두를 신고 교회에 갔어요. 예배 시간에도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죠. 예배가 끝나고 교회 문을 나서자마자, 어머나! 빨간 구두가 저절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깡총깡총, 빙글빙글! 카렌은 멈추고 싶었지만, 발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빨간 구두는 카렌을 데리고 들판으로, 숲 속으로, 밤낮없이 춤을 추게 했어요. "멈춰! 제발 멈춰 줘!" 카렌은 울부짖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 사이 할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카렌은 돌아갈 수 없었죠. 숲 속에서 만난 한 천사가 슬픈 얼굴로 말했어요. "아가씨, 그 구두는 당신이 춤추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카렌은 너무나 지치고 무서웠어요.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카렌은 숲 속에 사는 나무꾼 아저씨에게 울면서 부탁했어요. "제발 이 끔찍한 구두에서 저를 벗어나게 해주세요!" 나무꾼 아저씨는 아주 슬픈 표정으로 카렌을 도와주었답니다. 그러자 빨간 구두는 카렌의 발에서 벗어나 저 멀리 숲 속으로 춤추며 사라졌어요.
카렌은 나무로 만든 발과 목발에 의지해 살아가야 했어요. 이제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었죠. 카렌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쳤어요. 교회에 가고 싶었지만, 문 앞에 이르면 춤추는 빨간 구두가 나타나 길을 막았어요. 카렌은 집에 돌아와 조용히 기도했어요. "하나님,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어느 날, 카렌이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을 때, 방 안이 환한 빛으로 가득 찼어요. 아름다운 천사가 나타나 카렌의 손을 잡았죠. 카렌의 마음은 햇살처럼 따뜻해졌고, 더 이상 아프거나 슬프지 않았어요. 카렌의 영혼은 천사와 함께 조용히 하늘나라로 올라갔답니다. 그곳에는 더 이상 춤추는 빨간 구두도, 슬픔도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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