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원의 정원

    안데르센 동화
    세상 모든 이야기가 궁금했던 한 왕자님이 있었어요. 특히 왕자님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천국의 정원' 이야기를 제일 좋아했죠. 그곳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어느 날 밤, 왕자님의 방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슝 하고 불어왔어요. 깜짝 놀라 보니, 그건 바로 동풍 아저씨였어요! 동풍 아저씨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알고 있었죠.
    "왕자님, 혹시 천국의 정원에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동풍 아저씨가 빙긋 웃으며 물었어요.
    왕자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어요. "네! 정말 가보고 싶어요!"

    "그럼 제 등에 타세요!"
    왕자님은 신나서 동풍 아저씨의 넓은 등에 폴짝 올라탔어요. 동풍 아저씨는 커다란 날개를 펴고 밤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올랐죠. 구름 위를 지나고, 반짝이는 별들 사이를 헤쳐 나갔어요.

    한참을 날아가다 보니,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어요. "여기는 바람들의 동굴이란다." 동풍 아저씨가 말했어요. 동굴 안에는 씩씩한 북풍, 따뜻한 남풍, 그리고 장난꾸러기 서풍이 쉬고 있었어요. 모두 왕자님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죠.

    드디어 천국의 정원에 도착했어요! 와아,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어요. 알록달록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고, 새들은 예쁜 노래를 불렀어요. 달콤한 과일 향기가 코를 간질였죠. 정원 한가운데에는 반짝이는 '지혜의 나무'와 푸르른 '생명의 나무'가 서 있었어요.

    그때, 아름다운 낙원의 요정이 나타나 왕자님을 맞이했어요.
    "왕자님, 이 정원은 이제 왕자님의 것이에요. 마음껏 즐기세요. 하지만 한 가지 약속이 있어요. 저에게 절대로 입을 맞추면 안 된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기면, 이 정원에서 나가야 해요."
    왕자님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요정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자꾸만 눈길이 갔어요.

    왕자님은 정원을 거닐다가 '지혜의 나무' 아래에서 잠든 죽음의 신을 보았어요. 죽음의 신은 무섭지 않고 아주 평화로운 모습이었죠.
    바로 그때, 요정이 살며시 다가와 속삭였어요. "저에게 입 맞춰주세요, 사랑스러운 왕자님."
    왕자님은 그만 요정의 아름다움에 빠져 약속을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요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죠.

    그 순간, 우르르 쾅쾅! 천둥 같은 소리가 나더니 아름다운 정원이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왕자님은 깜짝 놀라 눈을 떴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차가운 비를 맞으며 정원 밖에 홀로 서 있었죠.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동풍 아저씨가 조용히 다가와 왕자님의 어깨를 토닥였어요.
    "왕자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비록 지금은 정원에서 나왔지만, 세상에서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면 언젠가 다시 천국의 정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왕자님은 동풍 아저씨의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겼어요. 그리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했답니다. 언젠가 다시 천국의 정원으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면서 말이에요.

    1370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