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백조
안데르센 동화
햇살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궁궐에, 열한 명의 멋진 왕자님들과 사랑스러운 엘리사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임금님은 아이들을 무척 아꼈지만, 새 왕비를 맞이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답니다. 새 왕비는 마음씨가 고약해서 아이들을 미워했어요.
어느 날, 새 왕비는 못된 마법을 부렸어요. "너희들은 보기 싫은 새로 변해 멀리 날아가 버려라!" 그러자 왕자님들은 하얀 백조로 뿅! 변해 궁궐 창문 밖으로 훨훨 날아가 버렸어요. 엘리사 공주도 숲 속 오두막으로 쫓겨나고 말았죠.
엘리사는 너무 슬펐지만, 오빠들을 꼭 찾겠다고 다짐했어요. 몇 년이 흘러 예쁜 소녀가 된 엘리사는 오빠들을 찾아 길을 나섰어요. 숲을 지나고 들판을 건너 드넓은 바닷가에 이르렀을 때, 해 질 녘이 되자 열한 마리의 백조가 날아와 멋진 왕자님들로 변하는 것을 보았어요! 바로 엘리사의 오빠들이었죠. 오빠들은 밤에만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날 밤, 엘리사는 꿈속에서 한 요정 할머니를 만났어요. 할머니는 말했어요. "사랑하는 공주야, 오빠들을 구하려면 쐐기풀로 옷 열한 벌을 만들어야 한단다. 그 옷을 만드는 동안에는 절대 말을 해서는 안 돼. 한마디라도 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거야."
다음 날부터 엘리사는 쐐기풀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쐐기풀은 가시가 많아 엘리사의 여린 손은 금세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오빠들을 생각하며 꾹 참았어요. 밤낮으로 말없이 옷을 짜는 엘리사를 숲 속 동물 친구들만이 지켜보았죠.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나라의 젊은 임금님이 사냥을 나왔다가 엘리사를 발견했어요. 임금님은 말없이 슬픈 눈을 한 엘리사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궁궐로 데려갔어요. 엘리사는 궁궐에서도 밤낮으로 쐐기풀 옷을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엘리사가 말을 하지 않고 이상한 풀로 옷만 만드는 것을 보고 마녀라고 수군거렸어요.
결국 엘리사는 마녀로 몰려 감옥에 갇히고, 불에 타는 벌을 받게 되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엘리사는 감옥에서도 쐐기풀 옷을 만들었어요. 드디어 옷 열 벌을 다 만들고 마지막 한 벌의 소매 한 쪽만 남았을 때, 형장으로 끌려가는 수레에 오르게 되었죠.
바로 그때, 하늘에서 열한 마리 백조가 수레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어요! 엘리사는 재빨리 완성된 옷들을 백조들에게 던졌어요. 그러자 백조들이 다시 멋진 왕자님들로 뿅! 돌아왔답니다! 막내 왕자님은 소매 한 쪽이 모자라서 날개 한 쪽이 그대로 남았지만요.
그제야 엘리사는 입을 열어 모든 이야기를 했어요. 임금님과 사람들은 엘리사의 깊은 사랑과 용기에 감탄했어요. 엘리사는 오해를 풀고 젊은 임금님과 결혼하여 오빠들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리고 가끔 날개 한 쪽이 남은 막내 오빠를 보며 모두 함께 웃곤 했대요.
1084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