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반짝이는 넓은 들판에, 키 작은 메밀꽃이 살고 있었어요. 메밀꽃은 하얗고 예쁜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죠. 그 옆에는 키가 큰 호밀, 보리, 귀리도 사이좋게 자라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들판 한가운데에는 아주아주 오래된 버드나무 할아버지가 서 있었어요.

메밀꽃은 생각했어요. "흥, 저 풀들은 나처럼 예쁜 꽃도 못 피우잖아? 내가 이 들판에서 제일 아름다울 거야!" 메밀꽃은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을 뽐내며 으스댔어요.

버드나무 할아버지가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메밀아, 네가 예쁜 건 알지만, 너무 자랑하면 못써. 곧 폭풍이 올 것 같으니 조심하렴."

하지만 메밀꽃은 코웃음을 쳤어요. "할아버지는 너무 걱정이 많으세요! 이렇게 예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였어요. 쌩쌩 바람이 불고,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죠.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도 들려왔어요.

호밀과 보리, 귀리는 얼른 고개를 숙였어요. "아이코, 무서워라! 어서 몸을 낮추자!"

하지만 메밀꽃은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었어요. "흥, 나는 이렇게 예쁜데 왜 고개를 숙여야 해?"

그때였어요! 번쩍! 하늘에서 무서운 번개가 내려와 메밀꽃을 내리쳤어요.

메밀꽃은 새까맣게 타 버리고 말았어요. 더 이상 예쁜 하얀 꽃은 찾아볼 수 없었죠. 하지만 고개를 숙였던 다른 풀들은 모두 무사했답니다.

버드나무 할아버지는 슬픈 눈으로 타 버린 메밀꽃을 바라보았어요. "아가야,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잖니..." 바람이 불 때마다 버드나무 할아버지의 잎사귀는 마치 눈물처럼 흔들렸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해요. 너무 자랑하고 뽐내면, 메밀꽃처럼 될 수도 있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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