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과 죄수

    안데르센 동화
    높고 높은 성벽 안, 아주 작은 창문이 있는 방이 있었어요. 그 방에는 마음씨 착한 아저씨가 살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주 오랫동안 혼자 지내야 했답니다. 그래서 아저씨는 매일매일 조금 슬펐어요. 창문은 너무 작아서 바깥세상이 잘 보이지도 않았죠.

    어느 날, 바람이 휙 불더니 작은 씨앗 하나가 아저씨의 창문 바로 아래 흙먼지 속에 똑 떨어졌어요. 아저씨는 처음엔 그게 뭔지도 몰랐죠. 며칠 뒤, 아저씨는 깜짝 놀랐어요! 그 작은 씨앗에서 아주 작은 초록색 새싹이 뿅 하고 고개를 내민 거예요! "어머나, 이게 뭐지?" 아저씨는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어요.

    아저씨는 매일 조금씩 남은 물을 새싹에게 주었어요. "쑥쑥 자라렴, 예쁜 아가야." 새싹은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조금씩 자라났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따스한 햇살 한 줄기가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쏙 들어왔어요.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 햇살은 새싹 위를 부드럽게 비춰주었답니다.

    햇살을 받은 새싹은 더욱 힘차게 자랐어요. 작은 잎사귀도 나오고, 줄기도 점점 튼튼해졌죠. 아저씨는 새싹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큰 기쁨이었어요. "오늘은 얼마나 컸니?" 아저씨는 새싹에게 말을 걸곤 했어요. 새싹은 대답은 못 했지만,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살랑이며 아저씨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죠.

    드디어 어느 날, 새싹 끝에 작은 꽃봉오리가 생겼어요! 아저씨는 가슴이 두근거렸죠. 그리고 며칠 후, 그 꽃봉오리가 활짝! 아주 예쁜 노란색 꽃이 피어났어요. 햇살이 꽃잎을 비추자, 방 안이 온통 환해지는 것 같았어요. 아저씨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답니다. "정말 아름답구나!"

    그 후로도 아저씨는 매일 꽃에게 물을 주고, 햇살 친구와 함께 꽃을 돌보았어요. 비록 여전히 작은 방에 혼자 있었지만, 아저씨는 더 이상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아저씨에게는 예쁜 꽃 친구와 따스한 햇살 친구가 생겼으니까요. 작은 생명 하나가 아저씨의 마음에 커다란 햇살을 가져다준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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