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다

    안데르센 동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언덕 위에 아주 크고 오래된 성이 하나 서 있었어요. 성은 정말 멋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낡아가고 있었죠. 이 성에는 젊고 조금은 제멋대로인 주인이 살고 있었답니다.

    젊은 주인은 성을 돌보는 것보다 신나게 파티를 열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훨씬 더 좋아했어요. 성 안에는 아주 지혜로운 늙은 집사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집사 할아버지는 성을 무척 아꼈죠. 할아버지는 젊은 주인에게 늘 이렇게 말했어요. "주인님,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이 오랫동안 아름답고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젊은 주인은 집사 할아버지의 말을 들을 때마다 코웃음을 쳤어요. "흥! 제자리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나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이 낡은 물건들보다는 새롭고 반짝이는 게 더 좋다고!"

    젊은 주인은 성 안에 있던 오래되고 귀한 그림이며, 멋진 조각상이며, 반짝이는 은촛대 같은 것들을 하나씩 팔아버렸어요. 그 돈으로 더 화려한 옷을 사고, 더 시끄러운 파티를 열었죠. 집사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는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시간이 흘러, 성은 점점 텅 비어갔어요. 벽에는 얼룩이 생기고, 창문은 덜컹거렸죠. 결국 젊은 주인은 돈도 다 써버리고, 텅 빈 성을 떠나야만 했답니다.

    한편, 집사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는 평생 동안 아껴 모은 돈으로 젊은 주인이 버리고 간 성의 작은 부분을 다시 사들였어요. 그리고 그들의 착하고 부지런한 아들이 자라서 성을 돌보기 시작했죠. 집사 할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어요. "모든 것은 제자리에!"

    그는 부서진 벽을 고치고, 더러워진 바닥을 깨끗하게 닦았어요. 정원에는 예쁜 꽃을 심고, 낡은 가구는 정성껏 손질해서 제자리에 놓았죠. 조금씩, 조금씩 성은 다시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아니, 어쩌면 전보다 더 따뜻하고 아늑한 곳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초라한 모습의 옛날 젊은 주인이 우연히 그 성 근처를 지나게 되었어요. 그는 아름답게 변한 자신의 옛 성을 보고 깜짝 놀랐죠. "아니, 이 성이 이렇게 다시 빛나게 되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새로운 성의 주인, 바로 집사 할아버지의 아들이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어요. 옛 주인은 부끄러운 얼굴로 물었어요. "어떻게 이 낡고 버려졌던 성이 이렇게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었소?"

    집사 할아버지의 아들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요. "아주 간단합니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었을 뿐입니다. 저희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던 것처럼요."

    그제야 옛 주인은 깨달았어요. '아,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말... 그 말이 정말 중요한 거였구나!'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돌아섰답니다.

    그 후로도 성은 오랫동안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왜냐하면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은 제자리에!"라는 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건 정말 멋진 일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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