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주전자

    안데르센 동화
    어느 예쁜 집에, 반짝반짝 빛나는 도자기 주전자가 하나 있었어요. 이 주전자는 자기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내 손잡이는 얼마나 멋진지! 내 주둥이는 또 어떻고! 반짝이는 내 뚜껑 좀 봐!" 주전자는 늘 뽐냈어요. 옆에 있는 우유 주전자나 설탕 그릇, 심지어 찻잔들도 자기만큼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했답니다.

    주전자는 매일 오후, 따뜻하고 향긋한 차를 담아 식탁으로 나갔어요. 사람들은 주전자가 따라주는 차를 마시며 즐거워했고, 주전자는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졌죠. "역시 나는 중요한 존재야!"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만 실수로 주전자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쨍그랑! 하고 뚜껑이 깨져 버렸어요. 주전자는 너무 슬프고 부끄러웠어요. "내 완벽한 모습이 망가졌어..." 주인은 깨진 뚜껑 대신 다른 것을 얼기설기 맞춰주었지만, 예전 같지 않았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났어요. 이번에는 손잡이와 주둥이마저 툭 부러지고 말았답니다. 이제 주전자는 차를 따를 수도 없게 되었어요. "이제 나는 아무 쓸모도 없어..." 주전자는 깊은 슬픔에 빠졌어요.

    결국 주전자는 마당 한구석에 버려졌어요. 먼지가 쌓이고, 비바람을 맞으며 주전자는 외롭게 지냈죠. 예전에 자기가 얼마나 잘났었는지 떠올리며 한숨만 쉬었어요.

    그러던 어느 봄날, 정원을 가꾸던 아저씨가 버려진 주전자를 발견했어요. "어, 이건 쓸 만하겠는데?" 아저씨는 주전자를 깨끗이 닦더니, 그 안에 흙을 가득 채웠어요. 그리고는 예쁜 꽃씨 하나를 심었답니다.

    주전자는 깜짝 놀랐어요. '나한테 꽃을 심는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꽃씨에서 작은 싹이 돋아났고, 곧이어 아름다운 빨간 꽃이 활짝 피어났어요! 벌과 나비가 날아와 꽃 주위를 맴돌았죠.

    깨지고 부서진 주전자였지만, 이제 주전자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어요. 비록 예전처럼 차를 따를 수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소중한 존재가 된 거예요. 햇살 아래에서 빨간 꽃을 활짝 피운 주전자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답니다.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도 기쁨을 줄 수 있다니!" 주전자는 생각하며 방긋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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