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요정
안데르센 동화
콜록콜록! 아이고, 코가 맹맹하네! 어느 날, 작은 남자아이가 이불 속에 누워 끙끙 앓고 있었어요. 감기에 걸려 열도 살짝 났거든요.
"아가,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 좀 나을 거야." 엄마는 향긋한 딱총나무 꽃으로 차를 끓여주셨어요.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문을 열어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아주 잘 해주시는 옆집 할아버지가 서 계셨죠.
"오호, 우리 꼬마가 아프구나. 이 딱총나무 차를 마시고 있네?"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시며 찻잔을 가리켰어요. "이 딱총나무에는 아주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단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비밀이요?"
"그럼! 이 나무에는 아주아주 오래된 나무 요정, '드리아드'가 살고 있거든."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드리아드는 예쁜 초록색 잎사귀로 만든 옷을 입고, 머리에는 하얀 딱총나무 꽃을 예쁘게 꽂은 요정이었어요. 낮에는 커다란 딱총나무 줄기 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다가, 밤이 되면 살금살금 나무 밖으로 나왔죠. 하지만 꼭 해가 뜨기 전에는 나무 안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햇볕에 스르륵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드리아드는 아주 오랜 세월을 그 나무에서 살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느 달 밝은 밤, 드리아드는 창문 너머로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았어요. 두 분은 손을 꼭 잡고 딱총나무 아래 앉아 옛날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여보, 우리가 젊었을 때 이 딱총나무를 함께 심었던 날이 생각나요?" 할머니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그럼, 기억나고말고. 그때 당신 볼이 이 딱총나무 꽃처럼 발그레했었지."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어요.
두 분은 이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손주들이 재롱을 부리는 것도 보았대요. 나무는 그들의 모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죠. 드리아드는 그 모든 순간을 가만히 지켜보며 미소 지었어요. 마치 아름다운 꿈을 함께 꾸는 것 같았답니다.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어요. 꿈속에서 아이는 드리아드를 만났어요! 드리아드는 아이의 손을 잡고 딱총나무 주변을 살짝 날아다녔죠. 따뜻한 바람이 불고, 향긋한 꽃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어요. 아이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음냐… 잘 잤다!" 아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어요. 신기하게도 코가 뻥 뚫리고, 목도 아프지 않았어요! 감기가 씻은 듯이 나은 것 같았죠.
아이는 창밖의 딱총나무를 바라보았어요. "저 나무에도 드리아드가 살고 있을까?"
그날부터 아이는 딱총나무를 볼 때마다 할아버지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꿈속의 드리아드를 떠올리며 방긋 웃었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 후로는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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