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소리

    안데르센 동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이면, 마을 사람들은 아주 아름다운 종소리를 듣곤 했어요. 땡그랑, 땡그랑!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소리였죠. 하지만 아무도 그 종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어요. 소리는 깊고 깊은 숲 속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거든요.

    "저 종소리의 정체를 꼭 밝혀내고 말 테야!"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종을 찾아 숲으로 떠났어요.

    번쩍번쩍 마차를 탄 부자 아저씨도 종을 찾으러 나섰죠. 하지만 숲길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금방 포기하고 돌아왔어요. "에이, 별거 아니겠지!" 하면서요.
    빵집에서 일하는 소년도 종을 찾아 나섰어요. 하지만 숲 속에서 달콤한 산딸기를 발견하곤 종소리는 까맣게 잊고 산딸기 따는 재미에 푹 빠졌답니다. "음, 종소리보다 산딸기가 더 맛있는데?"

    견진성사를 받으러 가던 아이들도 종소리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어요. 어떤 아이들은 예쁜 꽃에 한눈을 팔고, 어떤 아이들은 신기한 나비를 쫓아가느라 종소리를 놓치고 말았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두 아이가 있었어요. 한 명은 용감한 왕자님이었고, 다른 한 명은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소년이었죠. 왕자님은 씩씩하게 숲길을 헤쳐 나갔고, 가난한 소년은 나무 지팡이를 짚으며 조심조심 걸어갔어요. 둘은 서로 다른 길로 갔지만, 아름다운 종소리를 향해 나아갔어요.

    숲은 점점 더 깊어졌고, 길은 험해졌어요. 하지만 종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더 아름답게 들려왔죠.
    드디어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왕자님과 가난한 소년은 숲 속 넓은 공터에서 마주쳤어요.
    "너도 종소리를 따라왔구나!"
    "응, 너도?"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그곳에는 커다란 교회도, 반짝이는 종도 없었어요!
    대신, 눈부신 저녁노을이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죠. 나뭇잎들은 바람에 살랑이며 노래했고, 작은 시냇물은 졸졸졸 즐겁게 흘러갔어요. 새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저귀었고, 풀벌레 소리도 들려왔죠. 이 모든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왕자님과 소년은 그제야 깨달았어요.
    "아! 이 모든 자연의 소리가 바로 그 아름다운 종소리였구나!"
    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 바로 그 '종소리'를 가슴 깊이 들었답니다. 그 어떤 진짜 종보다도 맑고 신비로운 소리였어요. 그리고 그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교회, 바로 자연이라는 교회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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