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안데르센 동화
    아주 먼 옛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주머니가 살았어요. 아주머니는 요정 할머니를 찾아갔죠. "제발, 작은 아기 하나만 갖게 해주세요!" 요정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보리알 하나를 주었어요. "이걸 화분에 심어보렴."

    아주머니는 신나서 보리알을 심었고, 다음 날 아침, 예쁜 튤립 같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어요! 꽃잎이 살짝 열리자, 세상에! 꽃 속에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어요.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엄지 공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죠. 엄지 공주는 호두껍데기 침대에서 자고, 장미 꽃잎 이불을 덮었어요. 정말 행복했답니다.

    어느 날 밤, 창문으로 못생긴 두꺼비 한 마리가 폴짝 뛰어 들어왔어요. "찍찍! 우리 아들 신붓감으로 딱이군!" 두꺼비는 잠든 엄지 공주를 연잎에 태워 데려갔어요. 엄지 공주가 깨어나 보니, 넓은 연못 위였어요. "흑흑, 집에 가고 싶어!"

    그때, 착한 물고기들이 연잎 줄기를 톡톡 갉아주었고, 예쁜 흰나비가 허리띠로 연잎을 끌어주었어요. 엄지 공주는 훨훨 연잎 배를 타고 떠내려갔어요.

    갑자기 커다란 풍뎅이가 휙 나타나 엄지 공주를 낚아채 나무 위로 날아갔어요. 다른 풍뎅이들이 놀렸어요. "쟤는 다리가 두 개밖에 없네? 더듬이도 없고, 이상해!" 풍뎅이는 엄지 공주를 풀밭에 내려놓고 쌩 가버렸죠.

    엄지 공주는 혼자 여름과 가을을 보냈어요. 풀잎으로 집을 짓고, 꽃꿀을 마시며 지냈죠. 하지만 추운 겨울이 오자, 엄지 공주는 덜덜 떨었어요. "너무 추워... 배고파..."

    다행히 마음씨 좋은 들쥐 할머니가 엄지 공주를 발견했어요. "이런, 가엾어라! 우리 집으로 가자. 따뜻한 수프를 줄게." 들쥐 할머니 집은 아늑했지만, 엄지 공주는 햇빛이 그리웠어요.

    들쥐 할머니의 이웃에는 돈 많은 두더지 아저씨가 살았어요. 눈은 잘 안 보였지만요. 들쥐 할머니가 말했어요. "엄지 공주야, 두더지 아저씨랑 결혼하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단다." 엄지 공주는 깜깜한 땅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어요. "싫어요..."

    어느 날, 엄지 공주는 들쥐 할머니 집과 두더지 아저씨 집을 잇는 땅굴에서 얼어붙은 제비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불쌍해라..." 엄지 공주는 밤마다 몰래 제비에게 마른 풀을 덮어주고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어요. 봄이 되자, 제비는 기운을 차렸어요. "고마워, 엄지 공주! 네 덕분에 살았어."

    제비가 말했어요. "나랑 같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자!" 엄지 공주는 가고 싶었지만, 들쥐 할머니에게 미안해서 망설였어요.

    드디어 두더지 아저씨와의 결혼식 날이 되었어요. 엄지 공주는 너무 슬펐죠. 그때, 제비가 휙 날아와 창가에 앉았어요. "엄지 공주, 지금이야! 어서 내 등에 타!" 엄지 공주는 용기를 내어 제비 등에 올라탔어요.

    제비는 엄지 공주를 태우고 높이높이 날아 따뜻하고 아름다운 나라에 도착했어요. 제비는 커다란 하얀 꽃 위에 엄지 공주를 살며시 내려주었어요. 꽃 속에는 엄지 공주와 똑같이 생긴 작은 왕자님이 있었어요! 머리에는 멋진 왕관도 쓰고 있었죠. 왕자님은 엄지 공주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어요. "저와 결혼해주시겠어요?"

    엄지 공주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왕자님은 엄지 공주에게 '마야'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예쁜 날개도 선물했어요. 엄지 공주, 아니 마야는 꽃의 왕자님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제비는 그 후로도 봄마다 돌아와 마야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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