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싯깃 통

    안데르센 동화
    전쟁이 끝나고, 씩씩한 군인 한 명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군인은 배낭을 메고 칼을 허리에 차고 있었죠. 길에서 아주 늙은 할머니 한 명을 만났어요. 할머니는 군인에게 인사하며 말했어요. "안녕하신가, 젊은 군인 양반! 멋진 칼을 차고 있구먼. 내가 돈을 잔뜩 갖게 해 줄 테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나?"

    군인은 궁금했어요. "무슨 부탁인데요, 할머니?"
    "저기 큰 나무 보이지? 속이 텅 비어 있다네. 그 안으로 내려가면 밝은 등불이 켜진 방 세 개가 나올 거야. 첫 번째 방에는 눈이 찻잔만 한 개가 구리 동전 상자 위에 앉아 있을 걸세. 내 앞치마를 바닥에 펴고 그 개를 올려놓으면, 동전을 마음껏 가져도 돼."
    "그 다음은요?" 군인이 물었어요.
    "두 번째 방에는 눈이 맷돌만 한 개가 은 동전 상자 위에, 세 번째 방에는 눈이 둥근 탑만 한 개가 금 동전 상자 위에 앉아 있을 거야. 똑같이 내 앞치마에 개를 올려놓고 동전을 가져오게. 자네가 나에게 가져다줄 것은 바로 낡은 부싯깃 통 하나뿐이라네."

    군인은 나무 위로 올라가 구멍으로 쏙 내려갔어요. 정말 할머니 말대로였죠! 첫 번째 방에서 눈이 찻잔만 한 개를 앞치마에 옮기고 구리 동전을 주머니에 가득 채웠어요. 두 번째 방에서는 은 동전을, 세 번째 방에서는 금 동전을 가득 채웠죠. 이제 주머니도, 배낭도, 모자까지도 동전으로 가득 찼어요!

    군인은 할머니에게 소리쳤어요. "이제 끌어올려 주세요!"
    "부싯깃 통은 가졌나?" 할머니가 물었어요.
    "아차, 깜빡했네요!" 군인은 부싯깃 통을 얼른 챙겼어요.
    나무 위로 다시 올라온 군인이 물었어요. "할머니, 이 부싯깃 통은 어디에 쓰시는 거예요?"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지!" 할머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군인은 할머니가 뭔가 숨기는 것 같아 부싯깃 통을 주지 않고 그냥 큰 도시로 씩씩하게 걸어갔어요.

    도시에 도착한 군인은 가장 좋은 여관에 방을 잡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었어요. 돈이 많으니 친구도 많이 생겼죠. 하지만 돈을 다 써버리자 친구들은 모두 떠나버렸고, 군인은 작고 어두운 다락방으로 옮겨야 했어요. 어느 날 밤, 촛불 살 돈도 없어진 군인은 문득 부싯깃 통이 생각났어요.
    "그래, 이걸로 불을 피워보자!"
    부싯깃 통을 한 번 '탁!' 하고 치자, 갑자기 눈이 찻잔만 한 개가 나타나 말했어요. "주인님, 무엇을 원하십니까?"
    군인은 깜짝 놀랐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돈이 좀 필요해!"
    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구리 동전 한 자루를 물고 왔어요.
    "와! 굉장한 부싯깃 통이잖아?" 군인은 부싯깃 통을 두 번 '탁! 탁!' 쳤어요. 그러자 눈이 맷돌만 한 개가 나타나 은 동전을 가져다주었죠. 세 번 '탁! 탁! 탁!' 치니, 눈이 둥근 탑만 한 개가 나타나 금 동전을 가져다주었어요. 군인은 다시 부자가 되었어요!

    어느 날, 군인은 그 나라의 아름다운 공주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공주님은 구리 성에 갇혀 지내는데, 그 이유는 평범한 군인과 결혼할 것이라는 예언 때문이었죠. 군인은 공주님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날 밤, 군인은 부싯깃 통을 한 번 쳤어요. 눈이 찻잔만 한 개에게 말했죠. "공주님을 잠깐만이라도 보고 싶어."
    개는 쏜살같이 달려가 잠든 공주님을 등에 업고 왔어요. 공주님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군인은 살짝 공주님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어요.

    다음 날, 공주님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왕비에게 말했어요. 왕비는 똑똑한 늙은 시녀에게 밤새 공주님 방을 지키게 했어요. 시녀는 개가 공주님을 업고 가는 것을 보고 몰래 뒤따라가 군인의 집 문에 하얀 분필로 X 표시를 해두었어요. 하지만 똑똑한 개는 그 표시를 보고는 온 동네 모든 문에 똑같이 X 표시를 해놓았답니다!

    다음 날 밤, 왕비는 더 교묘한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공주님의 잠옷에 작은 구멍을 낸 곡식 주머니를 매달아 놓았죠. 개가 공주님을 업고 가자, 곡식 알갱이들이 길에 줄줄 흘러 군인의 집까지 이어졌어요. 결국 군인은 붙잡혀 감옥에 갇히고 말았어요.

    군인은 큰 벌을 받게 되었어요. 마지막 소원으로 담배 한 대만 피우게 해달라고 했죠. 왕은 허락했어요. 군인은 부싯깃 통을 꺼내 세 번 힘껏 쳤어요. "펑! 펑! 펑!"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마리 개가 모두 나타났어요.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기 있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 줘!" 군인이 외쳤어요.
    개들은 으르렁거리며 왕과 왕비, 심판관들에게 달려들었어요. 사람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죠.
    백성들은 용감한 군인을 보고 외쳤어요. "저 군인을 우리 왕으로 삼자! 공주님과 결혼시키자!"

    그래서 군인은 왕이 되었고, 아름다운 공주님과 결혼했어요. 결혼식 잔치에는 세 마리 개들도 멋지게 차려입고 식탁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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