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와 게르드
북유럽 신화
신들의 멋진 궁궐 아스가르드에, 프레이라는 아주 중요한 신이 살고 있었어요. 프레이는 햇살과 비, 그리고 풍요로움을 다스리는 착한 신이었죠.
어느 날, 프레이는 아버지 오딘의 높은 의자, 흐리드스캴프에 몰래 한번 앉아보았어요. 그 의자에 앉으면 세상 모든 곳을 구석구석 다 볼 수 있었거든요! 프레이는 호기심에 두리번거리다가 저 멀리 거인들의 땅, 요툰헤임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를 보게 되었어요. 그녀의 이름은 게르드였는데,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온 세상이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죠. 프레이는 첫눈에 게르드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어요.
그날부터 프레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지 않았고, 재미있는 놀이도 시시했어요. 오직 게르드 생각뿐이었죠. 프레이는 방에 틀어박혀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프레이의 아버지 뇨르드 신과 새어머니 스카디 여신은 이런 프레이가 너무 걱정되었어요. 그래서 프레이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용감한 하인인 스키르니르를 불렀답니다. "스키르니르야, 프레이가 왜 저러는지 좀 알아봐 주겠니?"
스키르니르는 프레이에게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주인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얼굴이 너무 안 좋으세요." 프레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게르드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았어요. "스키르니르, 난 요툰헤임의 게르드를 사랑하게 되었네.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스키르니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주인님, 걱정 마세요! 제가 요툰헤임으로 가서 게르드 아가씨에게 주인님의 마음을 전하고 오겠습니다." 프레이는 너무나 기뻐서 스키르니르에게 자신의 마법 검과 빠른 말을 빌려주었어요. 그 검은 스스로 적과 싸우는 아주 특별한 검이었답니다.
스키르니르는 말을 타고 쌩쌩 달려 거인들의 땅으로 향했어요. 가는 길은 험난했어요. 사나운 개들이 짖어대고, 심술궂은 양치기가 길을 막기도 했지만, 스키르니르는 용감하게 헤쳐나가 마침내 게르드의 집에 도착했어요.
게르드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조금은 차가운 모습이었어요. 스키르니르는 먼저 프레이가 보낸 열한 개의 황금 사과를 내밀며 프레이의 사랑을 전했어요. 하지만 게르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나는 어떤 신의 사랑도 원하지 않아요."
스키르니르는 이번엔 오딘의 신비한 반지 드라우프니르를 보여주었어요. 아흐레마다 똑같은 반지 여덟 개를 만들어내는 마법의 반지였죠. 그래도 게르드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어요.
스키르니르는 프레이의 마법 검을 꺼내 보이며 조금 겁을 주려고 했지만, 용감한 게르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어요.
결국 스키르니르는 마지막 방법을 쓰기로 했어요. 그는 무서운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어요. "만약 당신이 프레이 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평생 외롭고 슬프게 살게 될 거예요.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아름다움도 모두 사라질 거예요!"
그 말을 듣자 게르드는 조금 두려워졌어요. 혼자 외롭게 늙어가는 것은 정말 싫었거든요. 게르드는 잠시 생각하더니 스키르니르에게 말했어요. "알겠어요. 아흐레 뒤에, 바리라는 조용한 숲에서 프레이 님을 만나겠다고 전해주세요."
스키르니르는 기뻐서 한걸음에 아스가르드로 돌아와 프레이에게 이 소식을 전했어요. 프레이는 뛸 듯이 기뻐했지만, 아흐레를 기다리는 것이 마치 아홉 해처럼 길게 느껴졌답니다. "아, 하루가 왜 이리도 길까! 빨리 아흐레가 지나갔으면!"
마침내 약속한 날이 되었고, 프레이는 바리 숲에서 아름다운 게르드를 만났어요.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행복한 사랑을 나누게 되었답니다. 프레이는 게르드를 얻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마법 검을 내주었지만, 사랑하는 게르드와 함께할 수 있어서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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