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드호그 거룡

    북유럽 신화
    세상에는 아주아주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요. 그 나무의 이름은 이그드라실이라고 했죠. 이그드라실은 얼마나 큰지, 가지는 하늘 구름 위까지 쭉쭉 뻗어 있었고, 뿌리는 땅속 아주 깊은 곳까지 내려가 있었답니다.

    바로 그 깊고 어두운 땅속, 이그드라실 나무의 가장 굵은 뿌리 근처에는 커다란 용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그 용의 이름은 니드호그였죠. 니드호그는 항상 뭔가 심술이 나 있었어요. 그래서 니드호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바로 이그드라실 나무의 뿌리를 아삭아삭 갉아먹는 것이었답니다. "에잇, 이 나무뿌리 맛 좀 봐라! 아삭! 와작!" 니드호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매일 나무뿌리를 괴롭혔어요.

    그런데 이그드라실 나무에는 아주 특별한 배달부가 살고 있었어요. 바로 재빠른 다람쥐, 라타토스크였죠! 라타토스크는 나무 꼭대기에 사는 커다란 독수리 아저씨와 땅속 뿌리 밑에 사는 니드호그 사이를 쏜살같이 오르락내리락 했어요.

    라타토스크는 그냥 소식만 전하는 착한 다람쥐는 아니었어요. 사실은 아주 짓궂은 장난꾸러기였거든요!
    나무 꼭대기 독수리 아저씨가 "흥, 저 밑에 사는 니드호그는 맨날 뿌리나 갉아먹는 게으름뱅이지!" 하고 투덜거리면, 라타토스크는 쪼르르 니드호그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말했어요. "니드호그님! 독수리 아저씨가 그러는데, 니드호그님은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이빨도 다 빠진 용이래요!"

    그 말을 들은 니드호그는 버럭 화를 냈죠. "뭐라고? 그 독수리 녀석, 내가 언젠가 하늘로 날아올라 그 깃털을 다 뽑아버릴 테다!"
    그러면 라타토스크는 또 신이 나서 독수리 아저씨에게 쪼르르 달려갔어요. "독수리 아저씨! 니드호그가 그러는데, 아저씨 깃털을 다 뽑아서 자기 침대로 만든대요! 그리고 아저씨는 날지도 못하는 겁쟁이라고 했어요!"

    이렇게 라타토스크가 중간에서 말을 옮기면서 살짝살짝 거짓말을 보태는 바람에, 독수리 아저씨와 니드호그는 매일 서로에게 으르렁거렸답니다. 니드호그는 화가 날 때마다 이그드라실 나무뿌리를 더욱 세게 갉아댔고, 이그드라실 나무는 조금 아팠지만 꿋꿋하게 서 있었어요.

    니드호그는 오늘도 이그드라실 나무 아래에서 심술을 부리며 뿌리를 갉작거리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장난꾸러기 다람쥐 라타토스크는 또 무슨 재미있는 (하지만 얄미운) 말을 전하러 바쁘게 나무를 오르내리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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