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신랑
그림 동화
어느 마을에 방앗간 아저씨가 살고 있었는데, 아주 예쁜 딸이 하나 있었어요. 아저씨는 딸이 부자랑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멋지고 돈 많아 보이는 신랑감을 찾아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딸은 그 남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고 조금 무서웠어요. 하지만 아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딸을 안심시켰죠.
어느 날, 신랑이 될 남자가 말했어요. "사랑하는 아가씨, 숲 속에 있는 우리 집에 놀러 와요. 당신을 위해 멋지게 꾸며 놓았답니다."
딸은 왠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신랑감이 될 사람이 계속 부탁하고 아빠도 가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섰어요. 딸은 혹시 길을 잃거나 돌아오고 싶을 때를 대비해서, 주머니에 완두콩을 가득 넣고 가면서 길 위에 조금씩 떨어뜨렸어요.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가자, 작은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노래했어요.
"아가씨, 아가씨, 뒤돌아 가세요! 뒤돌아 가세요! 여긴 아주 나쁜 사람들이 사는 무서운 집이에요!"
딸은 새의 노래를 들었지만, '무슨 소리지?' 하며 계속 걸어갔어요. 드디어 캄캄하고 으스스해 보이는 집에 도착했어요. 집 안은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것 같았죠. 딸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자, 아주 늙은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어주었어요.
할머니는 딸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속삭였어요. "아가씨, 여긴 오면 안 돼요! 여긴 무시무시한 강도들이 사는 곳이랍니다! 곧 돌아올 텐데, 어서 숨어야 해요!"
할머니는 딸을 커다란 술통 뒤에 얼른 숨겨주었어요. 잠시 후,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강도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그들은 다른 불쌍한 아가씨 한 명을 끌고 와서는 아주 못된 짓을 했어요. 술통 뒤에 숨어 있던 딸은 너무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답니다.
강도들은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어요. 그때, 강도 중 한 명이 끌려온 아가씨의 손가락에 낀 반짝이는 반지를 빼앗으려 했어요. 그런데 손가락이 잘 안 빠지자, 그만 손가락을 싹둑 잘라버렸어요! 잘린 손가락은 공중으로 휙 날아가더니, 딸이 숨어있는 술통 뒤, 바로 딸의 무릎 위로 툭 떨어졌어요!
딸은 너무 놀랐지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가락을 얼른 주머니에 숨겼어요. 강도들이 모두 잠든 아주 늦은 밤, 할머니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어요. "아가씨, 지금이에요! 어서 도망가요!"
딸과 할머니는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왔어요. 다행히 딸이 뿌려놓은 완두콩들이 밤새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어요. 딸은 그 완두콩 길을 따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며칠 후, 드디어 결혼식 날이 되었어요. 많은 손님들이 모여 잔치를 즐기고 있었죠. 신랑도 아주 멋진 모습으로 앉아 있었어요.
잔치가 한창일 때, 신랑이 말했어요. "자, 모두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씩 해볼까요?"
그러자 신부가 된 딸이 조용히 일어나 말했어요. "제가 아주 이상하고 무서운 꿈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딸은 마치 꿈 이야기를 하듯, 숲 속의 으스스한 집, 경고하던 새, 친절한 할머니, 숨어있던 술통, 그리고 강도들이 한 못된 짓들을 전부 이야기했어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신랑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변해갔어요.
이야기를 마친 딸이 말했어요. "그리고 꿈속에서 이런 것도 주웠답니다." 딸은 주머니에서 반지가 끼워진 손가락을 꺼내 모두에게 보여주었어요.
그것을 본 신랑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도망치려 했어요. 사람들은 그제야 신랑이 바로 그 무서운 강도 두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신랑과 강도들은 모두 붙잡혀서 벌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용감하고 지혜로운 딸은 다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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