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카누스와 불의 신

    로마 신화
    하늘 위 올림포스 산에는 아주 특별한 신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중에는 불과 대장간의 신, 불카누스가 있었죠. 불카누스는 뚝딱뚝딱 망치질 한 번이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재주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다리를 조금 절었어요. 그래서 다른 신들처럼 쌩쌩 달리지는 못했답니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베누스가 있었어요. 베누스가 지나가면 꽃들이 활짝 피고, 새들이 노래를 불렀죠. 모든 신들이 베누스의 아름다움에 반했지만, 신들의 왕 유피테르는 고민 끝에 불카누스와 베누스를 결혼시키기로 결정했어요.

    베누스는 깜짝 놀랐어요. "에이, 불카누스는 멋지지도 않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왕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불카누스와 결혼하게 되었죠.

    결혼 생활은 베누스에게 즐겁지 않았어요. 베누스는 용감하고 씩씩한 전쟁의 신 마르스를 남몰래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불카누스가 대장간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 베누스는 마르스와 몰래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어느 날, 불카누스는 베누스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어요. "음... 뭔가 수상한데?" 불카누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그는 밤새도록 대장간에서 무언가를 만들었어요. 아주 가늘어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특별한 그물이었죠!

    불카누스는 아무도 모르게 그 그물을 자신과 베누스의 침대 위에 살짝 덮어두었어요. 그리고 며칠 뒤, 예상대로 베누스와 마르스가 몰래 만나 그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어요. 바로 그 순간! 불카누스가 숨겨둔 그물이 스르륵 내려와 두 사람을 꼼짝 못하게 덮쳐버렸답니다.

    "앗! 이게 뭐야!" 베누스와 마르스는 깜짝 놀라 그물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물은 너무나 튼튼해서 꼼짝할 수도 없었어요.

    그때 불카누스가 나타나 큰 소리로 외쳤어요. "모두들 와서 보세요! 제 아내 베누스와 마르스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그 소리를 듣고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그물에 걸려 어쩔 줄 몰라 하는 베누스와 마르스를 보고 신들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죠. "하하하! 저것 좀 봐!" "정말 우스꽝스럽네!" 베누스와 마르스는 너무나 창피해서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어요.

    한참 동안 신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어요. 결국 바다의 신 넵투누스가 불카누스에게 말했어요. "이보게 불카누스, 이제 그만하면 되었네. 두 사람을 풀어주게나."

    불카누스는 마지못해 그물을 걷어주었어요. 베누스와 마르스는 창피함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후다닥 도망쳐 버렸답니다. 그 후로 불카누스는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가 멋진 물건들을 만들었지만, 가끔 그 일을 생각하며 혼자 피식 웃곤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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