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폴론의 소를 훔친 헤르메스

    그리스 신화
    하늘나라 올림포스에 아주 똑똑하고 장난기 많은 아기 신이 태어났어요. 이름은 헤르메스였죠. 헤르메스는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돼서 아기 침대에서 살금살금 빠져나왔답니다.

    밖으로 나온 헤르메스는 길에서 거북이 등껍질 하나를 주웠어요. "음,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헤르메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거북이 등껍질에 양의 창자로 줄을 매달아 멋진 악기를 만들었어요. 바로 '리라'라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였죠!

    리라를 만들고 나니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졌어요. 저 멀리 아폴론 신의 멋진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게 보였죠. "옳지, 저 소들을 조금 빌려야겠다!" 헤르메스는 살금살금 다가가 소 오십 마리를 몰고 갔어요. 그런데 그냥 몰고 간 게 아니에요. 소들이 거꾸로 걷는 것처럼 보이도록 발자국을 남기고, 소들의 발에는 풀로 엮은 신발을 신겨서 누가 훔쳐 갔는지 아무도 모르게 했답니다.

    헤르메스는 소들을 깊은 동굴 속에 꼭꼭 숨기고, 그중 두 마리로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요리를 준비했어요.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아기 침대로 돌아가 천사처럼 쿨쿨 잠자는 척했죠.

    한편, 아폴론은 자신의 소들이 없어진 걸 알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감히 내 소를 훔쳐 가다니!" 아폴론은 범인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녔고, 마침내 헤르메스가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어요.
    아폴론이 헤르메스의 엄마 마이아에게 묻자, 마이아는 "우리 아기는 아직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말했어요.
    아폴론이 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헤르메스에게 "네가 내 소를 훔쳐 갔지?" 하고 다그치자, 헤르메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어요. "제가요? 전 그냥 아기인걸요! 소가 뭔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폴론은 헤르메스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결국 둘은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가서 누가 옳은지 가려달라고 했죠. 제우스는 헤르메스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는 이 작은 아들이 얼마나 영리한지 알고 빙그레 웃었지만, 엄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헤르메스야, 솔직히 말하거라."

    결국 헤르메스는 자신이 소를 숨긴 곳을 알려주었어요. 아폴론이 소들을 되찾으러 가려 할 때, 헤르메스가 자신이 만든 리라를 꺼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아폴론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그 황홀한 음악 소리에 넋을 잃었어요. 화가 났던 마음도 눈 녹듯이 사라졌죠.

    "헤르메스야, 그 악기는 정말 놀랍구나! 그 악기를 나에게 주지 않겠니? 대신 내 소들은 너에게 주겠다!" 아폴론이 말했어요.
    헤르메스는 기꺼이 리라를 아폴론에게 주었고, 아폴론은 그 답례로 소들을 헤르메스에게 선물했어요. 이렇게 해서 둘은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그 후로 헤르메스는 신들의 심부름꾼이자, 여행자와 상인들을 지켜주는 신이 되었어요. 그리고 아폴론은 리라를 연주하며 음악의 신으로 더욱 사랑받게 되었죠. 물론, 헤르메스는 가끔 장난도 치는 귀여운 신으로 남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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