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우일모

    중국 우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넓고 넓은 땅을 다스리는 힘센 황제가 있었단다. 황제의 이름은 한무제였지.

    어느 날, 황제는 버럭 화를 냈어. "이럴 수가! 우리 장군이 적에게 항복하다니! 이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지. 황제의 화난 목소리에 궁궐 안의 모든 신하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벌벌 떨었어. 아무도 감히 황제에게 다른 의견을 말하지 못했지. 모두들 "네, 폐하! 그 장군은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고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따라 했어.

    그런데 그때였어. 조용하던 궁궐 안에서 한 사람이 용감하게 앞으로 나섰단다. 그의 이름은 사마천이었는데, 역사를 기록하는 아주 똑똑한 신하였지. 사마천은 황제에게 공손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어. "폐하, 그 장군님은 정말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군사도 적었고, 식량도 부족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거예요!"

    황제는 사마천의 말에 귀까지 빨개지며 더욱 크게 화를 냈어. "네가 뭘 안다고 감히 나서는 것이냐! 당장 저 자에게 큰 벌을 내려라!" 결국 사마천은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아주 무거운 벌을 받게 되었단다.

    벌을 받은 사마천은 너무나 슬프고 억울했어. 감옥에 갇힌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지. '내가 만약 이대로 죽는다면… 그건 마치 아홉 마리나 되는 커다란 소들 중에서 겨우 털 한 올이 빠지는 것과 같을 거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일이겠지.' 이걸 바로 '구우일모'라고 한단다. 아홉 마리 소에서 뽑은 털 하나라는 뜻인데, 아주 많은 것 중에 아주 작은 부분을 의미하는 말이야.

    하지만 사마천은 그대로 좌절하지 않았어. '아니야, 이렇게 덧없이 죽을 순 없어! 나는 아주 중요한 역사책을 써서 세상에 남길 거야! 내 삶이 소 한 마리의 털처럼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어!'

    그래서 사마천은 아픔과 슬픔을 꾹 참고, 밤낮으로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어. 그렇게 해서 아주 훌륭하고 중요한 역사책인 '사기'를 완성했단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를 생생하게 알 수 있게 되었지.

    비록 사마천이 겪은 어려움은 컸지만, 그가 남긴 것은 아홉 마리 소의 털 하나보다 훨씬, 훨씬 더 크고 중요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을 이야기할 때 "그건 구우일모에 불과해"라고 말하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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