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나무
이솝 우화
어느 화창한 오후, 숲 속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어요.
여우 한 마리가 헐레벌떡! 땀을 뻘뻘 흘리며 도망치고 있었거든요.
"헥헥, 살려줘! 사냥꾼들이 쫓아온단 말이야!"
여우는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나무를 베고 있는 나무꾼 아저씨를 발견했어요.
"아저씨, 제발 저 좀 숨겨주세요! 사냥꾼들이 총을 들고 쫓아와요!"
나무꾼 아저씨는 깜짝 놀랐지만, 불쌍한 여우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저기 커다란 통나무 뒤에 얼른 숨어!"
여우가 통나무 뒤에 쏙 숨자마자, 사냥꾼들이 헐레벌떡 달려왔어요.
"이봐요, 나무꾼 양반! 혹시 이쪽으로 여우 한 마리 지나가는 거 못 봤소?"
나무꾼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아니요, 못 봤는데요. 여우 그림자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나무꾼 아저씨는 슬쩍 손가락으로 여우가 숨은 통나무 뒤를 가리켰어요.
다행히 사냥꾼들은 나무꾼 아저씨의 말만 믿고 다른 쪽으로 달려갔어요. "에잇, 놓쳤나 보군!"
사냥꾼들이 멀리 사라지자, 여우가 통나무 뒤에서 살금살금 나왔어요.
나무꾼 아저씨는 여우가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할 줄 알았죠.
그런데 여우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숲 속으로 가려고 했어요.
나무꾼 아저씨가 이상해서 물었어요. "아니, 이 녀석아! 내가 너를 구해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냥 가는 거냐?"
그러자 여우가 뒤돌아보며 말했어요.
"아저씨, 입으로는 저를 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아저씨의 손가락은 저를 위험하게 만들 뻔했어요. 말과 행동이 다른 건 진짜 고마운 게 아니랍니다."
그 말을 남기고 여우는 숲 속으로 총총 사라졌어요. 나무꾼 아저씨는 얼굴이 살짝 빨개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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