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와 그의 구매자
이솝 우화
어느 마을에 한 아저씨가 살았어요. 아저씨는 짐을 옮기거나, 가끔 타고 다닐 당나귀가 필요했죠. 그래서 시끌벅적한 시장에 가서 당나귀를 둘러보았어요.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튼튼해 보이는 당나귀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아저씨는 당나귀 주인에게 말했어요. "이 당나귀를 며칠만 저희 집에 데려가서 다른 당나귀들과 잘 지내는지 봐도 될까요? 괜찮으면 그때 사겠습니다." 당나귀 주인은 흔쾌히 그러라고 했죠.
아저씨는 새 당나귀를 집으로 데려와서 원래 키우던 당나귀들이 있는 마구간에 넣어 주었어요. 마구간에는 여러 마리의 당나귀가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는 유난히 게으르고 먹을 것만 밝히는 당나귀였답니다.
새 당나귀는 마구간에 들어서자마자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더니,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 게으름뱅이 당나귀 옆으로 쪼르르 다가가서 나란히 서는 것이었어요. 다른 부지런한 당나귀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음, 이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알겠군."
아저씨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새 당나귀의 고삐를 잡고 다시 시장으로 갔어요. 당나귀 주인이 깜짝 놀라 물었죠. "아니, 벌써 데려오셨어요? 혹시 당나귀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저씨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아니요, 당나귀는 아주 잘 봤습니다.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보니, 이 당나귀가 어떤 성격인지 충분히 알겠더군요. 우리 집에서 가장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당나귀를 제일 먼저 찾아가 친구가 되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를 고르는 걸 보니, 이 녀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그 당나귀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다른 당나귀를 찾아 나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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