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와 악어

    이솝 우화
    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날이었어요. 강가에서 여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악어 한 마리가 물 밖으로 나와 햇볕을 쬐고 있었죠.

    악어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이봐, 여우야! 너 우리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니?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께서는 이 강에서 가장 힘센 왕이셨다고!" 악어는 아주 자랑스러운 듯이 가슴을 쫙 폈어요.

    여우는 빙긋 웃으며 악어를 쳐다봤어요. "와, 정말 대단한 가문이구나!"

    악어는 신이 나서 계속 말했어요. "그럼! 우리 조상님들은 모두 용맹하고 지혜로우셨지. 그분들의 이야기는 전설로 남아있단다!"

    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악어의 두껍고 울퉁불퉁한 등가죽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죠. "음, 그런데 악어야. 네 등가죽을 보니까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데... 혹시 너희 그 훌륭하신 조상님들은... 그분들의 멋진 가죽으로 사람들이 가방이나 구두를 만들지는 않았니?"

    그 말을 들은 악어는 자랑하던 입이 떡 벌어졌어요. 얼굴이 살짝 붉어지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답니다.

    여우는 씨익 한번 웃어 보이고는 제 갈 길을 총총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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