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여우
이솝 우화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독수리 아줌마가 살았어요. 나무 바로 아래 땅굴에는 여우 아저씨네 가족이 살고 있었죠. 둘은 오랫동안 사이좋은 이웃이었답니다.
어느 날, 독수리 아줌마는 배가 너무 고팠어요. 아기 독수리들도 둥지에서 "엄마, 배고파요! 짹짹!" 하고 울어댔죠. 먹을 것을 찾던 독수리 아줌마의 눈에 마침 굴 밖에서 놀고 있는 아기 여우들이 보였어요. "미안하지만, 우리 아기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어!" 독수리 아줌마는 휙 하고 내려와 아기 여우 한 마리를 낚아채 둥지로 날아갔어요.
여우 아저씨는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이보시오, 독수리 양반! 내 아기를 돌려주시오!" 여우 아저씨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지만, 독수리 아줌마는 높은 둥지에서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안 돼요! 우리 아기들도 배가 고프단 말이에요!"
여우 아저씨는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랐어요. 아무리 점프해도 독수리 둥지까지 닿을 수 없었거든요. 여우 아저씨는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죠.
바로 그때였어요! 근처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남은 고기를 불에 굽고 있었는데, 독수리 아줌마가 그 맛있는 냄새를 맡은 거예요. "와, 맛있는 냄새다!" 독수리 아줌마는 또다시 쏜살같이 날아가 불이 아직 붙어 있는 뜨거운 고기 한 점을 덥석 물고 자기 둥지로 가져왔어요. "얘들아, 맛있는 고기 먹자!"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요? 뜨거운 고기에 붙어 있던 불씨가 마른 나뭇가지로 만든 둥지에 옮겨붙고 말았어요! 둥지는 순식간에 활활 불타기 시작했어요. "앗, 뜨거워! 엄마, 불이야!" 아기 독수리들은 뜨거움을 피해 둥지 밖으로 허둥지둥 나오다가 그만 땅으로 쿵, 쿵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여우 아저씨는 땅에 떨어진 아기 독수리들을 보았어요. 독수리 아줌마는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엉엉 울며 후회했어요.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친구를 배신하고 남의 것을 함부로 빼앗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 뒤로 독수리 아줌마는 남을 괴롭히면 그 벌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아주 깊이 깨달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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