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주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어요.
배고픈 여우 한 마리가 터벅터벅 숲길을 걷고 있었죠.
"아, 배고파. 뭐 맛있는 거 없을까?"
그때, 여우의 눈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어요.
"와! 저건 뭐지?"
가까이 다가가 보니,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포도나무였어요. 포도는 햇볕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죠.
"꿀꺽! 정말 맛있겠다!"
여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군침을 흘렸어요.
"저 포도를 꼭 먹고 말 테다!"
여우는 있는 힘껏 폴짝 뛰어올랐어요. 하지만 포도는 너무 높이 달려 있어서 발끝도 닿지 않았어요.
"에잇, 조금만 더!"
여우는 다시 한번, 더 높이 깡총! 뛰어 보았지만, 역시나 포도에는 손이 닿지 않았어요.
여우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팔짝팔짝, 깡총깡총, 온갖 방법으로 뛰어 보았지만, 포도는 여전히 저 높은 곳에서 여우를 약 올리는 듯했어요.
한참 동안 애를 쓰던 여우는 숨을 헐떡이며 포도나무 아래 주저앉았어요.
"휴, 힘들어. 저렇게 높은 곳에 달려 있다니."
잠시 포도를 째려보던 여우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어요.
"흥! 가만 보니 저 포도는 분명히 엄청 실 거야. 아직 익지도 않아서 맛도 없을걸? 괜히 따 먹으려고 힘만 뺐네. 나는 저런 신 포도는 딱 질색이야!"
여우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툴툴거리는 발걸음으로 숲 속으로 사라졌답니다. 정말 포도가 셔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딸 수 없어서 그랬을까요?

1817 조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