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렌 공주

    그림 동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은 아니고요, 한 공주님이 살았는데 이름이 말린이었어요. 말린 공주에게는 아주 멋진 왕자님이 있었고, 둘은 서로 정말 좋아했어요. 하지만 말린 공주님의 아빠인 임금님은 그 결혼을 반대했어요. "안 된다! 너는 내가 정해준 다른 왕자랑 결혼해야 해!"

    말린 공주가 말했어요. "싫어요, 아바마마! 저는 그 왕자님 아니면 결혼 안 할 거예요!"
    임금님은 버럭 화를 내며 말린 공주와 그녀의 시녀를 아주 아주 높은 탑 꼭대기에 가둬 버렸어요. "흥! 7년 동안 햇빛도 못 보게 할 테다!" 음식도 딱 7년 먹을 만큼만 넣어주었죠.

    탑 안은 어둡고 조용했어요. 말린 공주와 시녀는 창문도 없는 방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똑똑,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마지막 빵 한 조각만 남았어요. "이제 어떡하지?" 시녀가 울먹였어요. 말린 공주가 말했어요. "걱정 마. 우리에게는 아직 작은 칼이 있잖아. 벽돌 사이를 긁어서 구멍을 내자!"

    두 사람은 밤낮으로 벽돌 틈을 긁고 또 긁었어요. 쓱싹쓱싹, 톡톡. 드디어 작은 구멍이 생겼고, 점점 커져서 사람이 빠져나갈 만큼이 되었어요! "와아! 바깥이다!"

    하지만 탑 밖으로 나온 세상은 엉망진창이었어요. 전쟁이 일어나 모든 것이 부서지고 불타 버린 거예요. 공주님의 궁궐도, 사랑하는 왕자님의 성도 다 사라지고 없었어요. 두 사람은 슬픔을 안고 멀고 먼 길을 걸었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 풀뿌리도 캐 먹고, 나무 열매도 따 먹었죠.

    한참을 걸어 다른 나라에 도착했어요. 그곳 궁궐 부엌에서 겨우 허드렛일을 하는 자리를 얻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그 궁궐의 왕자님이 바로 말린 공주가 사랑했던 그 왕자님이었어요! 하지만 왕자님은 초라한 모습의 말린 공주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게다가 왕자님은 곧 다른 공주와 결혼해야 할 처지였죠. 그 공주는 아주 못생기고 마음씨도 고약했어요.

    결혼식 날이 다가왔어요. 못된 새 신부는 자기 얼굴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말린 공주에게 자기 대신 신부 행세를 하라고 시켰어요. "네가 내 옷을 입고 교회에 다녀와!"

    말린 공주가 신부 옷을 입고 교회로 가는 길이었어요. 길가에 쐐기풀이 하나 있었죠. 말린 공주가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쐐기풀아, 쐐기풀아, 너는 내가 누군지 아니?"
    쐐기풀이 대답했어요. "알지, 너는 진짜 신부가 아니잖아. 너는 가엾은 말린 공주잖아."

    조금 더 가니 교회 문 앞 계단이 나왔어요. 말린 공주가 또 물었어요.
    "교회 계단아, 계단아, 너는 내가 누군지 아니?"
    계단이 대답했어요. "알지, 너는 진짜 신부가 아니잖아. 너는 가엾은 말린 공주잖아."

    드디어 교회 문 앞에 도착했어요. 말린 공주가 다시 물었어요.
    "교회 문아, 교회 문아, 너는 내가 누군지 아니?"
    교회 문이 대답했어요. "알지, 너는 진짜 신부가 아니잖아. 너는 가엾은 말린 공주잖아."

    이 모든 대화를 왕자님이 몰래 듣고 있었어요. '어?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왕자님은 고개를 갸웃거렸죠.

    결혼식이 시작되고, 진짜 못된 신부가 왕자님 옆에 섰어요. 왕자님이 물었어요. "아까 교회에 갈 때 쐐기풀과 계단과 교회 문에게 뭐라고 말했소?"
    못된 신부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했어요. "네? 저,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때 말린 공주가 앞으로 나섰어요. "제가 말했어요, 왕자님!" 그리고는 목에 걸고 있던, 옛날 왕자님이 선물한 아름다운 목걸이를 보여주었어요.
    왕자님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어요! "아! 나의 사랑하는 말린! 네가 살아있었구나!"

    못된 가짜 신부는 벌을 받고 쫓겨났어요. 그리고 말린 공주와 왕자님은 드디어 결혼해서 오래오래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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