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바다토끼 이야기

    그림 동화
    어느 아주 아주 맑은 아침이었어요. 해님도 방긋 웃고, 새들도 노래하는 그런 날이었죠.
    고슴도치 아저씨가 아침 산책을 나섰어요.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고 있었죠.
    그때, 저 멀리서 깡총깡총 토끼가 달려왔어요. 토끼는 아주 빠른 발을 자랑했죠.
    토끼는 고슴도치를 보더니 깔깔 웃으며 말했어요. "어이, 고슴도치! 그 땅딸막한 다리로 어딜 그렇게 느릿느릿 가는 거야?"
    고슴도치는 기분이 나빴지만, 똑똑한 생각을 해냈어요. "흥! 내 다리가 짧다고 얕보지 마. 우리 달리기 시합 한번 할까?"
    토끼는 배를 잡고 웃었어요. "푸하하! 네가? 나랑?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내가 이기면 맛있는 당근 한 바구니를 줘야 해!"
    고슴도치가 말했어요.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다시는 나를 놀리지 않기로 약속해."
    "그러지!" 토끼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어요.

    고슴도치는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모든 이야기를 했어요. "여보, 나 좀 도와줘요. 내가 이쪽 밭고랑 끝에 서 있을게요. 당신은 저쪽 밭고랑 끝에 숨어 있다가, 토끼가 거의 다 오면 '내가 먼저 와 있지롱!' 하고 소리쳐 줘요. 우린 똑같이 생겼으니까 토끼는 모를 거예요."
    고슴도치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알겠어요, 여보. 재미있겠는데요?"

    둘은 밭고랑으로 갔어요. 고슴도치 아내는 살금살금 반대편 끝으로 갔죠.
    토끼와 고슴도치가 출발선에 섰어요.
    "준비, 땅!"
    토끼는 바람처럼 쌩 하고 달려나갔어요. 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였죠. 고슴도치는 몇 걸음만 옮기고는 가만히 서 있었어요.
    토끼가 헉헉거리며 골인 지점에 거의 다 왔을 때, 고슴도치 아내가 불쑥 나타나 외쳤어요. "내가 먼저 와 있지롱!"
    토끼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말도 안 돼!"
    토끼는 화가 나서 소리쳤어요. "다시! 다시 하자!"
    토끼는 다시 출발선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그런데 출발선에는 원래 고슴도치가 빙긋 웃으며 서 있었죠. "내가 먼저 와 있지롱!"
    "뭐라고? 어떻게 한 거야?" 토끼는 어리둥절했어요.
    "한 번 더!"

    토끼는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 반대편으로 달렸어요. 또 고슴도치(이번엔 아내였죠)가 먼저 와 있었죠!
    "내가 먼저 와 있지롱!"
    이렇게 토끼는 일흔세 번이나 밭고랑을 왔다 갔다 했어요.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요.
    결국 일흔네 번째 달리기를 시작하려다 토끼는 너무너무 지쳐서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어요. "내가... 내가 졌어..."

    고슴도치와 고슴도치 아내는 빙긋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답니다.
    그날 이후, 토끼는 다시는 고슴도치를 '짧은 다리'라고 놀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겉모습만 보고 남을 얕보면 안 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가끔은 빠른 것보다 똑똑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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