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과 재봉사

    그림 동화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 날, 작은 재봉사 한 명이 바느질에 열중하고 있었어요. 그때, 윙윙! 달콤한 잼 냄새를 맡고 파리떼가 날아들었죠. "에잇, 귀찮게 구네!" 재봉사는 천 조각을 휘둘렀고, 한 번에 파리 일곱 마리를 잡았어요! "와, 대단한데! 일곱 마리나 한 방에!" 재봉사는 너무 신나서 허리띠에 "일곱 마리 한 방에!"라고 멋지게 수놓았어요.

    "이 정도 실력이면 세상에 나가 큰일을 해야지!" 재봉사는 허리띠를 차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어요. 얼마 가지 않아 산꼭대기에서 커다란 거인을 만났죠. 거인은 재봉사의 허리띠를 보고 코웃음을 쳤어요. "흥, 파리 일곱 마리 잡은 게 뭐 대수라고!"

    재봉사는 빙긋 웃으며 주머니에서 치즈 한 덩이를 꺼내 손으로 꽉 쥐었어요. 그러자 치즈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죠. "봤지? 나는 돌에서도 물을 짜낼 수 있다고!" 거인은 깜짝 놀랐어요. (사실 그건 부드러운 치즈였지만요!)

    다음으로 거인이 커다란 돌멩이를 하늘 높이 던졌어요. 돌멩이는 한참 뒤에야 땅으로 떨어졌죠. 재봉사는 "에이, 그 정도쯤이야." 하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새 한 마리를 꺼내 하늘로 휙 던졌어요. 새는 신나게 하늘로 날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죠. "내 돌은 아예 땅으로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거인은 재봉사의 힘에 또 한 번 놀라 입이 떡 벌어졌어요.

    거인이 커다란 떡갈나무를 어깨에 메고 가자고 했어요. 재봉사는 꾀를 내어 말했죠. "좋아! 넌 무거운 나무 몸통을 들어. 난 가볍고 잔가지가 많은 쪽을 들게." 거인은 힘겹게 나무 몸통을 들었고, 재봉사는 재빨리 잔가지 위에 폴짝 올라타 편안히 앉아 휘파람을 불며 따라갔답니다. 거인은 그것도 모르고 낑낑대며 땀을 뻘뻘 흘렸죠.

    거인의 동굴에 도착했어요. 침대가 어찌나 큰지 재봉사에게는 마치 넓은 운동장 같았죠. 너무 커서 구석에 살짝 누웠는데, 밤중에 거인이 커다란 쇠몽둥이로 침대를 쾅! 내리쳤어요. 재봉사를 해치려 한 거죠. 하지만 재봉사는 이미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른 구석으로 피한 뒤였어요. 아침에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재봉사를 보고 거인은 자기가 때린 것이 더 무서운 존재인 줄 알고 겁을 먹고 동굴에서 도망쳐 버렸답니다.

    재봉사는 계속 길을 가다 어느 왕국의 궁궐에 도착했어요. "일곱 마리 한 방에!"라고 쓰인 허리띠를 본 병사들은 그를 아주 힘센 용사로 생각했죠.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재봉사에게 골칫거리들을 해결해주면 공주와 결혼시켜주고 왕국의 절반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첫 번째 임무는 숲 속에 사는 무시무시한 거인 두 명을 물리치는 것이었어요. 재봉사는 몰래 거인들이 낮잠 자는 나무 아래로 갔어요. 한 거인이 코를 골며 자고 있을 때, 재봉사는 다른 거인에게 몰래 돌멩이를 던졌죠. "아야! 왜 때려!" 잠에서 깬 거인이 소리쳤어요. "내가 언제?" 다른 거인이 발끈했죠. 둘은 네가 때렸네, 내가 안 때렸네 하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어요. 결국 둘 다 지쳐서 땅에 쓰러지고 말았죠. 재봉사는 유유히 왕에게 돌아가 임무를 완수했다고 말했어요.

    두 번째 임무는 숲 속의 사나운 일각수를 잡아 오는 것이었어요. 재봉사는 도끼와 밧줄을 들고 숲으로 갔어요. 일각수가 재봉사를 보고 뿔로 들이받으려고 달려들자, 재봉사는 재빨리 커다란 나무 뒤로 쏙 피했어요. 화가 난 일각수는 있는 힘껏 나무를 들이받았고, 그만 뿔이 나무에 깊숙이 박혀 버렸죠. 재봉사는 일각수의 목에 밧줄을 걸어 쉽게 잡을 수 있었어요.

    세 번째 임무는 숲을 엉망으로 만드는 무서운 멧돼지를 잡는 것이었어요. 재봉사는 멧돼지를 낡은 예배당 안으로 꾀어낸 뒤, 자기는 잽싸게 창문으로 쏙 빠져나와 밖에서 문을 잠가버렸어요. 멧돼지는 예배당 안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죠.

    왕은 약속대로 재봉사를 공주와 결혼시키고 왕국의 절반을 나눠주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밤, 공주는 재봉사가 잠꼬대로 "이봐, 바지 수선 다 됐나? 조끼도 곧 끝내줄게!"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아니, 이 사람이 용감한 용사가 아니라 그냥 재봉사였단 말이야?' 공주는 깜짝 놀라 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어요.

    왕은 화가 나서 다음 날 밤에 병사들을 보내 재봉사를 몰래 잡아 가두라고 명령했어요. 하지만 왕의 충직한 시종 중 한 명이 이 계획을 재봉사에게 미리 알려주었죠. 그날 밤, 재봉사는 문을 살짝 열어두고 큰 소리로 잠꼬대하는 척했어요. "내가 일곱을 한 방에 해치우고, 거인 둘을 물리치고, 일각수와 멧돼지까지 잡았는데, 감히 누가 날 잡으러 온다는 거야! 문 밖에 있는 너희들쯤이야 한 손으로도 충분하다고!" 문 밖에 숨어 있던 병사들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무서워서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어요.

    그 후로 아무도 재봉사를 얕보거나 의심하지 못했어요. 재봉사는 그의 지혜와 용기로 오랫동안 왕국을 평화롭게 다스리며 공주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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