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빠귀 부리 왕

    그림 동화
    햇살 좋은 어느 여름날, 곰 아저씨와 늑대 아저씨가 숲길을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아주 예쁜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꾀꼬리보다 더 고운 목소리였죠.
    곰 아저씨가 귀를 쫑긋 세우며 말했어요. "와, 노래 정말 잘한다! 누가 부르는 걸까?"
    늑대 아저씨가 으쓱하며 대답했어요. "저건 굴뚝새야. 새들의 임금님이지!"
    "임금님이라고? 그럼 궁궐도 멋지겠네! 한번 구경 가자!" 곰 아저씨는 잔뜩 기대했어요.

    드디어 굴뚝새네 집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궁궐은커녕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작은 둥지였어요.
    곰 아저씨가 코웃음을 쳤어요. "에게게, 이게 궁궐이라고? 우리 집 개집보다 못하잖아!"
    둥지 안에서는 굴뚝새 아기들이 이 말을 똑똑히 들었어요. "아빠, 곰 아저씨가 우리 집을 비웃어요!" 하고 빽빽 울었죠.
    마침 먹이를 구해 돌아온 굴뚝새 임금님이 이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냈어요. "뭐라고? 감히 내 궁궐을 흉보다니! 곰, 너와 전쟁이다!"

    굴뚝새는 하늘을 나는 모든 친구들을 불렀어요. 독수리, 부엉이, 참새, 심지어 조그만 벌과 나비까지 모였죠.
    곰 아저씨도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숲 속의 모든 네 발 달린 동물들, 사자, 호랑이, 여우, 토끼까지 모두 모았어요.

    전쟁이 시작되기 전날 밤, 굴뚝새 임금님은 가장 작고 빠른 모기를 불렀어요. "모기야, 네가 몰래 적진에 가서 곰 군대의 대장이 누군지, 작전은 무엇인지 알아오너라."
    모기는 윙윙 날아 곰 군대에 갔어요. 동물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여우가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 말하고 있었죠. "내가 대장이다! 내가 꼬리를 들면 공격! 꼬리를 내리면 후퇴다! 알겠나?"
    모기는 빙긋 웃으며 여우 꼬리 밑으로 쏙 들어가 앙! 하고 물었어요.
    "아야!" 여우는 깜짝 놀라 꼬리를 확 내렸어요.
    그 모습을 본 네 발 동물들은 "후퇴다! 도망가자!" 외치며 뿔뿔이 흩어졌어요.

    곰 아저씨는 어리둥절했지만, 결국 굴뚝새 임금님에게 싹싹 빌었어요. "임금님,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하지만 둥지 속 아기 굴뚝새들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어요. "아빠, 곰 아저씨가 우리에게 맛있는 꿀을 가져다줄 때까지 용서 못 해요!"
    곰 아저씨는 부랴부랴 달콤한 꿀을 한가득 따다 주었고, 그제야 아기 굴뚝새들도 만족하며 깔깔 웃었답니다. 그 후로 곰 아저씨는 다시는 작은 굴뚝새의 집을 놀리지 않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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