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과 장미홍
그림 동화
숲 속 작은 오두막집에 엄마와 사랑스러운 두 딸이 살고 있었어요. 큰딸은 백설이, 작은딸은 장미홍이라고 불렸죠. 왜냐하면 집 앞뜰에 하얀 장미나무와 빨간 장미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었거든요. 백설이는 하얀 장미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웠고, 장미홍이는 빨간 장미처럼 활기차고 명랑했어요. 둘은 서로를 아주 아꼈고, "우리는 언제나 함께야!" 하고 약속하곤 했답니다.
어느 추운 겨울밤이었어요. 창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죠. 그때 누군가 문을 "똑똑똑!" 두드렸어요. "엄마, 누가 왔나 봐요!" 장미홍이가 말했어요. 엄마가 문을 열자,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서 있었어요! "너무 춥고 지쳤어요. 잠시 불 옆에서 몸 좀 녹여도 될까요?" 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곰은 아주 착해 보였어요. 아이들은 곰의 털에 묻은 눈을 쓸어주고, 불 옆 따뜻한 자리를 내주었죠. 곰은 금방 아이들과 친해져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고 함께 놀기도 했어요. 그날부터 곰은 매일 밤 오두막집을 찾아왔고, 백설이와 장미홍이의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따뜻한 봄이 오자, 곰이 슬픈 얼굴로 말했어요. "얘들아, 이제 나는 떠나야 해. 숲 속에 사는 못된 난쟁이가 내 보물을 노리고 있거든. 그걸 지키러 가야 해." 백설이와 장미홍이는 너무 슬펐지만, 곰을 보내주기로 했어요. "여름이 되면 꼭 다시 돌아와야 해!" 곰은 고개를 끄덕이고 숲 속으로 사라졌어요.
얼마 후, 백설이와 장미홍이는 숲으로 장작을 주우러 갔어요. 그때 어디선가 "으악! 살려줘!"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가보니 작은 난쟁이 한 명이 커다란 통나무 틈에 기다란 수염이 끼어서 낑낑대고 있었어요. "이봐, 어서 나 좀 꺼내줘!" 난쟁이가 소리쳤죠. 아이들은 가위로 조심조심 난쟁이의 수염을 잘라주었어요. 그러자 난쟁이는 "흥! 겨우 요만큼 잘라놓고 생색이야?" 하고 투덜대며 고맙다는 말도 없이 가버렸어요.
또 며칠 뒤, 자매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다 또 그 난쟁이를 만났어요. 이번에는 난쟁이의 수염이 낚싯줄에 엉켜 커다란 물고기에게 끌려갈 뻔하고 있었죠. "이 멍청한 것들아, 뭘 보고만 있어! 어서 도와줘!" 아이들은 또 가위로 수염을 잘라주었어요. 난쟁이는 풀려나자마자 버럭 화를 내며 "내 소중한 수염! 너희 때문이야!" 하고는 옆에 있던 보석 자루를 들고 사라졌어요.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자매는 길을 가다가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요.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그 난쟁이를 발톱으로 꽉 움켜쥐고 날아가려는 참이었어요! "살려줘! 제발 살려줘!" 난쟁이가 울부짖었어요. 백설이와 장미홍이는 얼른 달려가 또다시 난쟁이의 수염을 잘라 독수리로부터 구해줬어요. 하지만 난쟁이는 "아이고, 내 예쁜 수염! 다 망가졌잖아!" 하고 소리치며 아이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만 냈답니다.
어느 날, 백설이와 장미홍이는 우연히 난쟁이가 동굴 앞에서 보석들을 잔뜩 늘어놓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하하하! 이 모든 게 다 내 것이다!" 바로 그때,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겨울에 함께 지냈던 곰이 나타났어요! "네 이놈, 감히 내 보물을 훔치고 나에게 마법까지 걸어?" 곰이 으르렁거렸어요. 난쟁이는 벌벌 떨며 말했어요. "곰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 아이들을 대신 잡아먹으세요, 저는..." 하지만 곰은 난쟁이의 말을 듣지도 않고 앞발로 툭 쳤어요. 난쟁이는 그대로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죠.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곰의 두꺼운 가죽이 스르륵 벗겨지더니, 그 자리에는 눈부시게 잘생긴 왕자님이 서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왕자님이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아가씨들, 정말 고마워요. 저 사악한 난쟁이가 나에게 마법을 걸어 곰으로 만들고 내 보물을 모두 빼앗아 갔었답니다. 아가씨들 덕분에 마법에서 풀려날 수 있었어요."
왕자님은 백설이와 장미홍이를 궁궐로 초대했어요. 얼마 후, 백설이는 친절한 왕자님과 결혼했고, 장미홍이는 왕자님의 멋진 동생과 결혼했답니다. 엄마도 함께 궁궐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고요. 오두막집 앞에 있던 하얀 장미나무와 빨간 장미나무도 궁궐 정원으로 옮겨 심어, 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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