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가죽을 입은 남자
그림 동화
옛날도 아니고 아주 먼 옛날도 아닌 어느 날,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군인이 있었어요. 그런데 주머니는 텅 비었고, 배는 꼬르륵 소리가 났죠.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았고, 일자리도 찾을 수 없었어요. "아, 어쩌면 좋지?" 군인은 한숨을 푹 쉬었어요.
그때, 깊은 숲 속에서 이상한 초록색 외투를 입은 아저씨가 나타났어요. 발톱은 길고, 눈은 빨갛게 빛났죠. 바로 악마였어요! 악마가 군인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내가 너에게 돈을 아주 많이 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7년 동안 씻지 말고, 머리카락이랑 손톱도 깎지 마. 그리고 이 곰 가죽 옷만 입고 다녀야 해. 기도도 하면 안 돼! 만약 네가 이 약속을 지키면, 넌 부자가 되고 자유로워질 거야. 하지만 실패하면, 네 영혼은 내 것이야. 어때?"
군인은 너무나 절박해서 "좋아요!" 하고 덥석 약속했어요. 악마는 곰 가죽 옷과 돈이 끝없이 나오는 주머니를 주며 사라졌어요.
군인은 그날부터 '곰가죽 사나이'가 되었어요. 머리는 덥수룩하고, 손톱은 갈고리처럼 길어졌죠. 온몸에서 냄새도 폴폴 났어요. 사람들은 그를 보고 도망가기 바빴지만, 곰가죽 사나이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어요. "이 돈으로 맛있는 밥 사드세요!" 하고 말하면서요.
몇 년이 흘러, 곰가죽 사나이는 한 여관에 갔다가 마음씨 착한 주인의 세 딸을 만났어요. 두 언니는 곰가죽 사나이를 보자마자 "으악, 더러워! 냄새나!" 하며 코를 막고 소리쳤죠. 하지만 막내딸은 그의 슬퍼 보이는 눈을 보았어요.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거야." 막내딸은 생각했어요.
곰가죽 사나이는 주인에게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많은 돈을 냈어요. 그리고 막내딸에게 다가가 말했어요. "아가씨, 저와 결혼해주시겠어요?" 두 언니는 깔깔 웃었지만, 막내딸은 그의 진심을 느꼈어요. 곰가죽 사나이는 반지를 하나 꺼내 반으로 쪼개어 한 조각을 막내딸에게 주며 말했어요. "제 이름은 이 반지에 새겨두었어요. 아가씨 이름은 제가 가진 반지에 새겨주세요. 제가 7년의 약속을 다 채우고 돌아올 때까지 이 반지를 간직해주세요. 그때 저와 결혼해주시는 겁니다." 막내딸은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반지에 서로의 이름을 새겼어요.
드디어 7년이 지났어요! 약속한 마지막 날, 악마가 다시 나타났어요. 악마는 곰가죽 사나이가 약속을 잘 지킨 것을 보고 조금은 아쉬워하는 듯했지만, 약속대로 그를 깨끗하게 씻기고, 머리카락과 손톱도 다듬어주었어요. 그리고 멋진 새 옷을 입혀주었죠. 곰가죽 사나이는 아주 잘생기고 늠름한 신사로 변했답니다! 악마는 돈주머니도 진짜 금으로 바꿔주었어요.
신사가 된 곰가죽 사나이는 금으로 된 마차를 타고 막내딸의 집으로 갔어요. 여관 주인과 두 언니는 멋진 신사를 보고 깜짝 놀랐죠. 두 언니는 서로 신사와 결혼하겠다며 예쁘게 꾸미고 아양을 떨었어요. 막내딸은 검은 옷을 입고 슬픈 얼굴로 앉아 있었어요. 신사는 막내딸에게 다가가 포도주 한 잔을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몰래 자신이 간직했던 반지 조각을 포도주 잔에 떨어뜨렸죠.
막내딸이 포도주를 마시려다 잔 밑바닥에서 반지 조각을 발견했어요. "어? 이 반지는!" 막내딸은 깜짝 놀라 신사를 바라보았어요. 신사가 웃으며 자신의 목에 걸린 나머지 반지 조각을 보여주자, 막내딸은 그가 바로 곰가죽 사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돌아오셨군요!" 막내딸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신사를 꼭 껴안았어요.
그 모습을 본 두 언니는 너무나 부끄럽고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자신들이 무시했던 곰가죽 사나이가 이렇게 멋진 신사였다니! 결국 한 언니는 너무 화가 나 우물에 몸을 던졌고, 다른 언니는 방으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
그때, 악마가 신사 앞에 나타나 껄껄 웃으며 말했어요. "하하하! 네 영혼 하나 대신 두 개의 영혼을 얻었구나! 내 계산이 맞았어!"
하지만 곰가죽 사나이는 이제 악마와 상관없이, 착한 막내딸과 결혼해서 아주아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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