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거래

    그림 동화
    소를 팔러 시장에 가는 농부가 있었어요. 이름은 한스라고 해 볼까요? 한스는 토실토실 살찐 암소를 한 마리 가지고 있었는데, 이걸 팔아서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했답니다.

    시장에 도착한 한스는 운 좋게 암소를 은화 일곱 닢에 팔았어요. "와, 이제 부자다!" 한스는 은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흔들며 신나게 집으로 향했어요.

    얼마 가지 않아 말을 탄 사람을 만났어요. 말은 아주 늠름해 보였죠.
    "안녕하세요! 정말 멋진 말이네요. 제 은화 일곱 닢이랑 바꾸실래요?" 한스가 물었어요.
    말 주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좋지! 하지만 이 말은 눈이 한쪽 잘 안 보여."
    한스는 "괜찮아요! 그래도 걷는 것보단 빠르겠죠!" 하고 은화 일곱 닢을 전부 주고 말을 얻었어요.

    신나게 말을 타고 가는데, 이번에는 통통한 돼지를 몰고 가는 농부를 만났어요.
    "꿀꿀! 저 돼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제 말이랑 바꾸실래요?"
    돼지 주인은 조금 망설이며 말했어요. "음... 사실 이 돼지는 남의 집에서 몰래 가져온 거라 좀..."
    한스는 "에이, 괜찮아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하고 말과 돼지를 바꿨어요.

    꿀꿀거리는 돼지를 끌고 가는데, 이번에는 하얀 거위를 안고 가는 소년을 만났어요.
    "꽥꽥! 저 거위 깃털이 참 부드럽겠다! 얘야, 내 돼지랑 네 거위랑 바꾸지 않을래?"
    소년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어요. "아저씨, 이 거위는 알을 잘 못 낳는데요."
    한스는 "괜찮아, 구워 먹으면 아주 맛있을 거야!" 하고 돼지와 거위를 바꿨어요.

    거위를 옆구리에 끼고 터덜터덜 걷는데, 길가에서 칼을 가는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할아버지 옆에는 크고 평평한 숫돌이 놓여 있었죠.
    "쓱싹쓱싹! 할아버지, 그 숫돌 참 좋아 보이네요! 제 거위랑 바꾸실래요?"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허허, 좋지. 이 숫돌은 아주 단단해서 뭐든 잘 갈린다네. 대신 이 작은 돌멩이도 하나 가져가게. 길 가다가 신발에 돌이라도 들어가면 이걸로 빼내면 편할 거야."
    한스는 "와,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거위를 주고 무거운 숫돌과 작은 돌멩이를 받았어요.

    숫돌을 어깨에 메고 가려니 너무 무거웠어요. 땀이 뻘뻘 나고 목도 말랐죠. 마침 길가에 시원해 보이는 우물이 있었어요.
    "아이고, 목마르다. 물 좀 마시고 가야겠다."
    한스는 숫돌을 우물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어요. 그런데 그만 발을 헛디뎌 숫돌이 "풍덩!" 하고 우물 속으로 빠져 버렸어요. 주머니에 있던 작은 돌멩이도 데구루루 굴러가 함께 빠졌답니다.

    한스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곧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어요.
    "와! 이제 어깨도 안 아프고, 무거운 짐도 없어졌네! 정말 잘됐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한스는 빈손이 되었지만 마음은 훨훨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어요.

    집에 돌아오니 아내 안나가 마중 나왔어요.
    "여보, 우리 암소는 어떻게 됐어요? 돈은 많이 받았고요?"
    한스는 신이 나서 오늘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어요. 소를 은화 일곱 닢에 판 것부터 시작해서, 말, 돼지, 거위, 그리고 마지막으로 숫돌과 돌멩이까지 바꾼 이야기, 그리고 그 무거운 돌들을 우물에 빠뜨리고 온 이야기까지요.

    이야기를 다 들은 아내 안나는 남편을 꼭 안아주며 말했어요.
    "여보, 당신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그렇게 무겁고 귀찮은 것들을 하나씩 다 없애고 이렇게 가뿐하게 돌아왔잖아요! 정말 잘한 장사예요!"

    한스와 안나는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어요. 그들에게는 무거운 재물보다 마음 편하고 행복한 것이 훨씬 더 좋은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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