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펠슈틸츠헨
그림 동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래전에, 허풍을 아주 잘 치는 방앗간 주인이 살았어요. 이 아저씨에게는 예쁜 딸이 하나 있었는데, 글쎄 이 아저씨가 임금님 앞에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우리 딸은요, 짚으로 금실을 만들 수 있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은 눈이 동그래졌어요. "뭣이? 짚으로 금을 만든다고? 그게 정말이라면 당장 내 궁궐로 데려오너라!"
결국 방앗간 딸은 궁궐로 끌려갔어요. 임금님은 딸을 짚이 가득 쌓인 방에 가두고 말했어요.
"이 짚으로 밤새 금실을 만들지 못하면, 큰 벌을 받을 것이다!"
문이 쾅 닫히자, 딸은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흑흑, 나는 짚으로 금실을 만드는 법 같은 건 모르는데 어떡하지?"
그때,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꼬마 아가씨, 왜 울고 있소?"
고개를 들어보니, 우스꽝스럽게 생긴 작은 난쟁이가 서 있었어요.
"제가 짚을 금으로 만들어 줄까요? 대신 뭘 줄래요?"
딸은 깜짝 놀랐지만, 얼른 대답했어요. "제 목걸이를 드릴게요!"
난쟁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레 앞에 앉아 윙윙 소리를 내며 짚을 금실로 바꾸기 시작했어요. 아침이 되자 방 안의 모든 짚이 반짝이는 금실로 변해 있었죠!
임금님은 금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어요. 하지만 욕심이 더 생겼죠.
"아주 훌륭하구나! 오늘 밤에는 더 큰 방에서 더 많은 짚으로 금실을 만들어 보거라!"
딸은 또다시 엉엉 울었어요. 난쟁이가 다시 나타나 물었어요.
"이번엔 뭘 줄래요?"
"제 반지를 드릴게요."
난쟁이는 또다시 밤새 짚을 금실로 만들어 주었어요.
임금님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지만, 욕심은 끝이 없었어요.
"오늘 밤에도 이 많은 짚을 금실로 만든다면, 너를 내 왕비로 삼겠다!"
하지만 딸에게는 이제 난쟁이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난쟁이가 나타나자 딸은 울면서 말했어요. "이제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난쟁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어요. "좋소. 그럼 당신이 왕비가 되어 첫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나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시오."
딸은 너무나 다급한 나머지 "네, 네, 약속할게요!" 하고 대답해 버렸어요.
난쟁이는 또다시 금실을 만들어 주었고, 딸은 정말로 왕비가 되었답니다.
일 년 뒤, 왕비는 예쁜 아기를 낳았어요. 왕비는 난쟁이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난쟁이가 나타나 말했어요. "약속한 아기를 데리러 왔소."
왕비는 깜짝 놀라며 울부짖었어요. "안돼요! 제발요! 궁궐의 모든 보물을 드릴 테니 아기만은 데려가지 마세요!"
난쟁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살아있는 아기가 세상 어떤 보물보다 소중하오. 하지만... 내가 사흘 밤낮의 시간을 주겠소. 그 안에 내 이름을 맞히면 아기를 데려가지 않겠소."
왕비는 밤새도록 온 나라에 있는 모든 이름을 적어보았어요.
첫째 날, 난쟁이가 찾아오자 왕비는 물었어요. "혹시 이름이... 발타자르? 아니면 캐스퍼?"
난쟁이는 웃으며 "아니오!" 라고 대답했어요.
둘째 날, 왕비는 신하들을 시켜 온갖 희한한 이름을 알아오게 했어요.
"그럼... 꼬불이? 아니면 반짝이?"
난쟁이는 여전히 "아니오, 아니오!" 하며 고개를 저었어요.
왕비는 걱정으로 잠도 못 잤어요. 마지막 날 아침, 한 신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며 말했어요.
"왕비님! 어젯밤 숲 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작은 난쟁이가 모닥불 주위를 깡총깡총 뛰면서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사옵니다!"
"오늘은 빵을 굽고, 내일은 맥주를 만들고, 모레는 여왕님의 아기를 데려올 거야! 아무도 모르지, 내 이름은 룸펠슈틸츠헨이라는 걸!"
왕비는 기뻐서 펄쩍 뛰었어요!
그날 밤, 난쟁이가 의기양양하게 나타나 물었어요. "자, 오늘이 마지막 날이오. 내 이름이 뭐요?"
왕비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어요. "음... 혹시 킁킁이?"
"아니오!" 난쟁이가 소리쳤어요.
"그럼... 삐죽이?"
"아니라니까!" 난쟁이는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러자 왕비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그렇다면... 당신 이름은 룸펠슈틸츠헨!"
난쟁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고함을 질렀어요. "으아아악! 마녀가 알려줬구나! 마녀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난쟁이는 오른발을 땅에 쿵! 하고 굴렀는데, 어찌나 세게 굴렀는지 발이 땅속 깊이 박혀 버렸어요. 난쟁이는 낑낑대며 발을 빼려고 했지만, 결국 화를 못 이겨 버둥거리다가 땅속으로 쏙 사라져 버렸답니다.
그 후로 왕비는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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