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안데르센 동화
우리 집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오곤 했어요. 바로 우리 이모였죠! 이모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따리처럼 가득 가지고 오셨어요. 이모는 키가 크고,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답니다. 가끔은 맛있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머니에서 꺼내 주시기도 했죠.
이모가 해주는 이야기 중에 제가 제일 좋아했던 건 ‘이 아픈 공주님’ 이야기였어요. 이모는 이렇게 시작했어요. “아주 먼 옛날, 예쁜 공주님이 살았단다. 그런데 이 공주님은 이가 너무너무 아팠대.”
제가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야죠!” 하고 말하면, 이모는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어요. “음, 이 공주님의 이 아픔은 그냥 이가 아픈 게 아니었단다. 아주 특별한 이 아픔이었지.” 이모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공주님은 멋진 왕자님을 만났는데, 그 왕자님과 헤어지게 되어서 마음이 너무 아팠대요. 그 마음 아픈 게 꼭 이가 욱신욱신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고 했어요. 저는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아, 공주님이 이가 정말 많이 아팠구나!’ 하고 생각했죠. 이모는 이야기를 할 때면 목소리도 바꾸고, 표정도 실감나게 지으셨어요. 그래서 이모 이야기는 언제나 최고였죠.
가끔 이모는 이야기를 하다가 창밖을 멀리 바라보기도 했어요. 그때 이모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힌 것 같기도 했고요. 저는 그저 이야기에 푹 빠져서 아무것도 몰랐지만요.
시간이 흘러 이모는 하늘나라로 멀리 떠나셨어요. 저는 이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모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정말 그리웠고요.
그리고 저도 어른이 되었어요. 어느 날,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픈 일이 생겼어요. 정말 이가 욱신거리는 것처럼 가슴 한구석이 아팠죠. 그때 갑자기 이모의 ‘이 아픈 공주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아! 이제야 알 것 같았어요. 이모가 말한 ‘특별한 이 아픔’이 바로 이런 거였구나!
이모는 자기의 슬픈 마음을 그렇게 이야기로 만들어서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거예요. 이모의 이야기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모의 마음이 담긴 소중한 이야기였던 거죠.
지금도 가끔 이모 생각이 나면, 저는 이모가 들려주던 ‘이 아픈 공주님’ 이야기를 떠올려요. 그리고 이모의 따뜻한 미소도 함께요. 이모의 이야기는 제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 거예요. 마치 반짝이는 보석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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