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깃
안데르센 동화
세상에서 가장 멋쟁이라고 생각하는 셔츠깃이 하나 있었어요. 이 셔츠깃은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늘 자랑하고 다녔죠. "나는 이 셔츠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내가 없으면 신사분은 멋져 보일 수 없다고!" 하고 말이에요.
어느 날, 셔츠깃은 예쁜 레이스가 달린 가터를 만났어요. 가터는 스타킹이 흘러내리지 않게 잡아주는 물건이었죠. 하지만 셔츠깃은 코웃음을 쳤어요. "흥, 너 같은 건 나랑 비교도 안 돼! 나는 신사분의 얼굴 바로 아래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라고!" 가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슬펐어요.
시간이 흘러 셔츠깃은 세탁소에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뜨거운 다리미로 다림질까지 하니, 셔츠깃은 더욱더 거만해졌어요. "이것 봐! 난 정말 완벽해! 반짝반짝 빛나잖아!"
세탁소에서 셔츠깃은 가위 아줌마를 만났어요. 가위 아줌마는 이런저런 물건들을 자르는 일을 했죠. 가위 아줌마는 셔츠깃에게 종이로 만든 아름다운 발레리나 인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요. 셔츠깃은 그 이야기를 듣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요. "아, 그 발레리나야말로 나에게 어울리는 짝이야! 나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겠지!"
하지만 셔츠깃은 점점 낡고 해지기 시작했어요. 가장자리도 너덜너덜해지고, 예전만큼 빳빳하지도 않았죠. 신사분도 더 이상 그 셔츠를 즐겨 입지 않았어요.
결국 셔츠깃은 가위 아줌마의 손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어요. 가위 아줌마는 낡은 셔츠깃을 잘게 잘라 종이를 만드는 공장으로 보냈어요. 셔츠깃은 새하얀 종이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누군가가 그 종이 위에 바로 셔츠깃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어요! 셔츠깃은 자기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했어요. "와, 내가 이렇게 멋진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니! 정말 대단해!"
하지만 이야기가 적힌 종이도 결국에는 난로 속으로 던져졌어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셔츠깃은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 무시했던 레이스 가터도 불길 속에서 함께 타고 있었거든요. 가터도 낡아서 버려진 것이었죠.
그제야 셔츠깃은 깨달았어요. "아, 내가 너무 거만했구나. 우리 모두 결국엔 이렇게 똑같이 사라지는 것을..." 셔츠깃과 가터는 함께 재가 되었지만,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서로를 이해했을지도 몰라요. 거만했던 셔츠깃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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