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을 배우러 떠난 소년

    그림 동화
    세상에는 용감한 아이도 있고, 똑똑한 아이도 있고, 또...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도 있었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딱히 없었지만, 우리는 그를 '겁 없는 소년'이라고 부르기로 해요.

    소년에게는 똑똑한 형이 하나 있었어요. 형은 밤에 혼자 뒷간에도 잘 갔지만, 우리 소년은 그런 건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사실, 소년은 '무섭다'는 게 뭔지 도통 몰랐거든요. "으으, 오싹해!" 이런 말을 들으면 고개만 갸웃거렸죠.

    아버지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어요. "아이고, 너는 언제쯤 오싹오싹 떠는 걸 배울래? 그것도 못 배우면 앞으로 뭘 해 먹고 살겠니?"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오싹오싹 떠는 거요? 그게 뭐예요? 저도 배우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어요?"

    아버지는 소년을 교회 종탑지기 아저씨에게 보냈어요. "이 아이에게 무서움 좀 가르쳐 주시오."
    밤이 되자, 종탑지기 아저씨는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종탑에서 "우우우우!" 소리를 냈어요. "내가 바로 유령이다! 무섭지!"
    소년은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유령이요? 혹시 종 치는 걸 도와주러 오셨어요?" 그러더니 유령으로 변장한 아저씨가 귀찮다는 듯, 번쩍 들어 계단 아래로 휙 던져 버렸어요. "에잇, 종 치는 데 방해되잖아요!" 아저씨는 다리가 부러졌지만, 소년은 여전히 오싹함이 뭔지 몰랐죠.

    소년은 오싹함을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났어요. 가다가 교수대 옆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일곱 명의 사람이 매달려 있었어요.
    "아이고, 저 사람들 추워 보이네." 소년은 그들을 하나하나 내려서 모닥불 옆에 따뜻하게 앉혀 주었어요. 그런데 그들이 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옷에 불이 붙자, 소년은 짜증을 내며 다시 그들을 교수대에 척척 걸어놓았어요. "쯧쯧, 조심성이 없구먼. 불조심해야지!" 그래도 소년은 조금도 오싹하지 않았어요.

    소년의 이야기는 온 나라에 퍼졌어요. 마침내 한 임금님이 소문을 듣고 소년을 불렀죠. "내 성에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나오는데, 아무도 거기서 하룻밤을 버티지 못했다. 네가 만약 거기서 사흘 밤을 지새우면 내 딸과 결혼시켜 주고, 성의 보물도 나눠주겠다!"
    소년은 신이 나서 대답했어요. "좋아요! 거기 가면 오싹함을 배울 수 있겠네요!"

    첫날 밤, 소년은 성 안의 커다란 방에 불을 피우고 앉아 있었어요. 그때, 커다란 검은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나 소년에게 카드놀이를 하자고 했어요. 소년은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함께 놀았죠. 그런데 고양이들이 자꾸 속임수를 쓰자, 소년은 화가 나서 외쳤어요. "이런 사기꾼 고양이들 같으니!" 그러고는 고양이들을 붙잡아 혼쭐을 내주었더니, 고양이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도망갔어요.

    둘째 날 밤에는 벽난로에서 반쪽짜리 사람이 쿵 떨어졌어요! 곧이어 다른 반쪽도 떨어지고, 해골과 뼈다귀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죠. 그들은 소년에게 해골 아홉 개를 세워놓고 뼈다귀 두 개로 볼링처럼 치는 놀이를 하자고 했어요. 소년은 신나게 놀았고, 물론 이겼답니다. 귀신들은 돈을 다 잃고는 아침이 되자 사라졌어요.

    셋째 날 밤, 커다란 침대에 웬 할아버지가 누워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수염이 아주 길었죠.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힘자랑을 하자며 모루(대장간에서 쓰는 무거운 쇠뭉치)를 도끼로 단번에 내리쳐 쪼개보라고 했어요. 소년은 도끼를 힘껏 내리쳤는데, 모루에 깊이 박혔어요. 소년은 꾀를 내어 말했어요. "할아버지, 제 도끼가 모루 틈에 끼었어요! 할아버지의 긴 수염을 틈에 넣어 도끼를 빼는 걸 도와주세요!" 할아버지가 긴 수염을 모루 틈에 넣자, 소년은 재빨리 도끼를 쾅 내리쳐 할아버지의 수염을 모루에 단단히 끼게 만들었어요. 할아버지는 꼼짝없이 붙잡히자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성 안의 엄청난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려주었답니다.

    소년은 보물을 찾고 약속대로 예쁜 공주님과 결혼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오싹함이 뭔지 몰랐죠. "아, 나는 언제쯤 오싹오싹 떨어볼까?" 소년은 밤마다 한숨을 쉬었어요.

    공주님은 남편이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똑똑한 시녀에게 방법을 물었죠. 시녀는 공주님 귀에 살짝 속삭였어요.
    다음 날 아침, 소년이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을 때, 공주님은 물고기가 가득 담긴 차가운 물통을 가져와 소년에게 확 끼얹었어요!
    차가운 물과 함께 팔딱거리는 작은 물고기들이 소년의 몸 위로 떨어졌어요.
    소년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요. "으아아아! 차가워! 오싹오싹해! 몸이 덜덜 떨려! 공주님, 드디어 알겠어요! 이게 바로 오싹함이군요!"
    그제야 소년은 처음으로 '오싹하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년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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