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집개
이솝 우화
어느 추운 겨울밤, 깡마른 늑대 한 마리가 숲 속을 헤매고 있었어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홀쭉했죠. 꼬르륵 소리가 배에서 자꾸만 났어요.
그때, 저 멀리서 토실토실 살찐 개 한 마리가 다가오는 거예요. 털에는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늑대는 침을 꿀꺽 삼켰어요. '와, 정말 맛있겠다!' 하지만 개는 너무 튼튼해 보여서 함부로 덤빌 수가 없었죠.
늑대가 부러운 듯 물었어요. "친구야, 넌 어떻게 그렇게 살이 쪘니? 난 매일 사냥하느라 힘든데, 넌 정말 편안해 보여."
개가 으쓱하며 대답했어요. "아, 그건 아주 쉽지! 나는 그냥 주인을 위해 집을 지키면 돼. 그럼 주인님이 맛있는 음식 찌꺼기를 주시거든. 가끔은 특별한 간식도 주시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시기도 해. 밤에는 따뜻한 잠자리에서 잘 수도 있고."
늑대는 귀가 솔깃했어요. "정말? 그렇게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배고픔에 지친 늑대는 개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어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생각하니 군침이 돌았죠.
그런데 개를 따라가던 늑대가 개의 목덜미에서 이상한 자국을 발견했어요. 그 부분만 털이 벗겨지고 피부가 맨들맨들해져 있었거든요.
"어, 친구야, 목에 그건 뭐니?" 늑대가 궁금해서 물었어요.
개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어요. "아, 이건 목줄 자국이야. 낮에는 가끔 나를 묶어 두시거든. 내가 함부로 돌아다니거나 말썽을 피우지 못하게 말이야. 별거 아니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늑대의 얼굴이 굳어졌어요. "묶여 있어야 한다고?" 늑대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어요.
개가 말했어요. "응,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곧 익숙해질걸?"
하지만 늑대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어요. "아니, 친구야. 나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게는 못 살아. 네가 먹는 맛있는 음식보다, 네가 자는 따뜻한 잠자리보다 내 자유가 훨씬 소중하거든!"
늑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어둡고 추운 숲 속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답니다. 배는 여전히 고팠지만, 마음은 훨씬 가벼웠어요.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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