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어느 날, 배가 꼬르륵거리는 여우 한 마리가 맛있는 것을 찾아 숲 속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어요.
"아, 배고파. 뭐 맛있는 거 없을까?"
여우는 코를 킁킁거리며 두리번거렸죠.

그때, 여우의 눈에 아주 멋진 포도밭이 보였어요. 포도나무에는 탐스러운 보라색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죠. 포도는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달콤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어요.
"와! 저 포도 정말 맛있겠다!"
여우는 군침을 꿀꺽 삼켰어요.

여우는 포도를 따기 위해 있는 힘껏 폴짝 뛰어올랐어요. 하지만 포도송이는 너무 높이 달려 있어서 발끝도 닿지 않았죠.
"에잇, 조금만 더!"
여우는 다시 한번 더 높이, 깡총! 또 다시 깡총깡총! 있는 힘을 다해 뛰어 보았지만, 포도는 여전히 저 높은 곳에서 여우를 약 올리는 듯했어요.

몇 번을 시도해도 포도를 딸 수 없자, 여우는 숨을 헐떡이며 잠시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코를 찡긋하며 말했죠.
"흥! 저 포도는 어차피 엄청 실 거야. 아직 익지도 않아서 맛도 없을걸? 저런 신 포도는 먹고 싶지도 않아!"
여우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홱 돌아서서 포도밭을 떠났답니다. 배는 여전히 꼬르륵거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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